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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탓하며 고용 회복 치켜세운 정부… '세금 일자리'의 그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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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부터 시작된 취업자 수, 고용률, 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의 뚜렷한 개선세가 11월에도 계속됐다. 고용 회복 흐름이 시장에 공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11일 경제활력대책회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모두발언).

홍 부총리 발언의 근거는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이다. 여기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5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33만1000명(1.2%) 늘었다. 넉 달 연속 30만명 이상 늘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고용률은 같은 기간 0.3%포인트 오른 61.7%를 기록했다. 1982년 이후 최고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 역시 전년보다 0.3%포인트 늘어난 67.4%를 기록했다. 1989년 이후 최고치다. 실업률은 3.1%로 같은 기간 0.1%포인트 하락했다. 2015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일단 고용 시장에 ‘훈풍’이 부는 모양새다.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 일자리 재정을 투입해 만든 단기ㆍ노인 일자리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졌다. 고용 훈풍에 기여한 ‘주력’은 한창 현업에서 뛸 30~40대가 아닌 60세 이상 취업자였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500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40만8000명 늘었다. 11월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33만1000명)을 넘는다. 1982년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주당 근무시간 기준으로 살펴봐도 36시간 미만 일하는 취업자가 전년보다 63만6000명(13.8%), 이 중 17시간 미만 초단기 근로자가 38만6000명(25.5%) 늘었다.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8만9000명(-1.3%) 감소했다.

반면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ㆍ금융업 일자리는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6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2만6000명 줄어들었다. 20개월째 내림세다. 금융ㆍ보험업도 3만3000명 줄며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대신 공공일자리로 분류되는 보건ㆍ사회복지서비스업이 13만5000명(6.3%) 증가하며 감소분을 메웠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양질의 일자리가 줄면서 한국 경제 중심축인 30ㆍ40대 취업자 수는 2017년 10월 이후 26개월째 동반 감소세다. 11월에도 전년 대비 각각 2만6000명, 17만9000명 줄었다. 40대 고용은 지난해 6월 이후 18개월 연속 ‘10만명대 마이너스’다. 40대는 경제활동인구 중 생산성이 가장 높은 연령대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40대가 업황이 부진한 제조업ㆍ건설업ㆍ도ㆍ소매업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고용동향 분석 자료를 내고 ‘인구 둔화 가속화, 대외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용 통계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언급했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인구는 꾸준히 주는 데다, 지속하는 대외 불확실성 역시 ‘상수(常數)’”라며 “최근 고용의 질이 부쩍 나빠진 건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법인세ㆍ인건비 등 생산 비용이 증가하면서 기업이 투자를 기피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를 완화하고 감세 정책을 통해 기업 투자를 늘려야 민간이 주도하는 3040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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