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년 전 한국서 美 민간인 소개령 내리려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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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노동신문]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노동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 북미 긴장이 높아졌을 당시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민간인 소개령을 내리고 싶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같은 내용은 최근 북미 관계가 다시 악화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해당 내용은 CNN방송에서 국가안보 및 대테러리즘 전문가로 활동하는 피터 버건이 10일(현지시간) 펴낸 신간 『트럼프와 장군들:혼돈의 비용』에 수록됐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2017년 9월 초에 나왔다. 폭스뉴스를 시청하던 그는 국가안보팀에 “미국 민간인들이 한국을 떠나길 원한다”고 말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청했던 뉴스에는 4성 장군 출신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비선’ 국가안보 고문으로 알려진 잭 킨 전 육군참모차장이 출연했다. 그는 미국이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북한에 보내려면 “주한미군 가족들을 한국에 보내는 것을 중단하고 가족 동반 없이 군인들만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개령’ 발언을 들은 백악관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극구 말렸다. “만일 공격할 준비, 전쟁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다면, 한국의 주식시장을 붕괴시킬 원한다면, 70여 년 동맹을 따돌리고 싶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말한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하라!(Go do it!)”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버건은 전했다.

이에 국방부 관리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미군이 동반 가족 없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은 북한에 전쟁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이건 정말 복잡한 문제다. 이에 대해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겠다”고 대통령을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자신의 생각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와 그의 장군들: 혼돈의 비용』(Trump and His Generals: The Cost of Chaos) 책표지 [사진 아마존 캡처]

『트럼프와 그의 장군들: 혼돈의 비용』(Trump and His Generals: The Cost of Chaos) 책표지 [사진 아마존 캡처]

책은 미국과 북한이 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으나 2018년 2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았다고 서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올림픽에 초청하고 개막식에서 남북이 공동입장까지 하는 것을 본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위기를 타개할 기회로 봤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4월 중순 백악관에서 열린 북한 관련 브리핑에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무신경함을 드러냈다.

북한에 대한 브리핑을 받으면서 북한의 밤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고는 처음에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밤에도 불빛으로 밝은 중국과 한국 사이 깜깜한 북한 지역을 보고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 “저 부분이 바다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어 그는 “서울이 왜 저렇게 북한과 가깝냐”면서 “그들은 이사를 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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