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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제재 덕본 김에 20% 가자” 삼성 5G 어느새 세계 2위

중앙일보

입력

'2025년까지 글로벌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 20%' 

삼성전자의 네트워크사업부가 연초 내세웠던 목표 달성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올해 5G(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앞세워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지난 연말 5%대였던 전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1년 만에 11%까지 끌어올렸고, 특히 5G 통신 장비 시장에선 23%로 2위를 차지했다. 내년에는 5G 서비스 국가가 늘고,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고주파수(28㎓) 대역 장비 수요도 증가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통신 장비 시장 점유율 2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동남아, 유럽시장에서 급속히 세를 확장 중인 화웨이와의 격전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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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9일 통신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올해 6조2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4조1000억원)보다 50% 이상 급증한 수치고, 삼성전자 전체 사업부 중에도 최고의 매출 증가율이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의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 안팎으로 5위 수준이었다. 에릭슨(29%)이나 화웨이(26%), 노키아는 물론 ZTE(12%)에도 뒤졌다. 하지만 올해는 통신 장비 시장 전체 점유율이 11%로 뛰며 순위는 한 계단이 올랐다. 5G 시장만 놓고 보면 최고의 유망주다. 삼성전자의 3분기 5G 장비 시장 점유율은 23%로 화웨이(30%)를 바짝 추격했다. 에릭슨(20%)이나 노키아(14%)를 완전히 제쳤다.

삼성전자가 5G 장비 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미국 트럼프 정부가 꼽힌다. 트럼프 정부가 보안 문제로 화웨이의 발을 묶은 틈을 타 삼성전자가 약진했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 최대 통신 시장인 미국에서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등 주요 이동통신 업체가 삼성전자를 5G 장비 공급사로 선정했다. 현재 미국 내 일부 대도시 위주로 서비스 중인 5G는 내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또 삼성전자는 내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5G 서비스를 준비 중인 일본 시장도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KDDI의 5G 장비 공급사로 선정됐고, 다른 이통사의 장비 공급 문제도 논의중이다.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라쿠텐모바일 등 일본 4개 이통 업체는 5G 네트워크에 5년간 17조원을 투자한다. 이들의 기존 LTE의 5G 전환 비용도 32조원으로 추산된다.

5G 스마트팩토리 구축…지난 연말엔 사장 교체    

삼성전자의 5G 시장 선점 전략도 점유율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에 네트워크사업부의 수장을 교체하고 조직을 확 바꿨다. 전경훈 부사장이 연말 정기 인사 전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됐다. 전 부사장은 5G용 안테나와 무선통신용 칩 개발을 주도한 5G 기술 연구의 최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당시 "전경훈 부사장이 5G 장비 경쟁력 강화라는 특명을 받은 것"이라며 "동시에 삼성전자가 내년에 5G를 적극 공략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1월 3일 현장 경영의 첫 방문지로 5G 통신 장비 생산라인이 있는 수원 사업장을 찾아 힘을 실어줬다. 이 부회장은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대표(사장), 노희찬 경영지원실장(사장),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부사장) 등을 모아 놓고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지난해 8월에는 5G를 4대 미래 성장사업(AI·자동차 전장·바이오) 중 하나로 선정했고, 수원 사업장은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28GHz 대역을 지원하는 5G 통합형 기지국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28GHz 대역을 지원하는 5G 통합형 기지국 [사진 삼성전자]

내년 전망 더 밝아 …28㎓ 기술력 화웨이보다 더 좋다     

내년에 글로벌 통신 시장에선 미국과 일본에 이어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5G 서비스에 뛰어든다. 또 현재의 5G(6㎓ 저주파수 대역)보다 더 빠른 통신 속도를 내는 고주파수인 28㎓ 대역의 장비 투자가 본격화한다.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는 역시 화웨이다. 화웨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5G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미국 제재에 동참을 거부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시장을 호시탐탐 넘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화웨이가 발이 묶인 덕을 봤다면 내년엔 본격적인 기술 경쟁을 펼쳐야 하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단 자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5G 장비와 단말(스마트폰), 칩셋 분야의 기술력을 모두 갖고 있어 통신 장비만 만드는 에릭슨이나 노키아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통신 장비 시장의 유일한 경쟁자는 화웨이만 남는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처럼 5G 장비와 스마트폰, 칩셋을 모두 만든다. 삼성전자가 기대하는 건 더 빠른 통신 속도를 지원하는 28㎓ 고주파 대역을 사용하는 스탠드얼론(SA-5G 단독모드) 장비 시장이 내년부터 열린다는 점이다. 올해는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이통사들이 LTE와 5G를 함께 쓸 수 있는(NSA·non stand alone) 6㎓ 이하 저주파 대역의 설비에 투자를 많이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6㎓ 이하 장비는 화웨이가 개발이 빨랐지만 28㎓는 우리가 기술력도 훨씬 앞서고 상용화도 빨랐다"며 "28㎓ 시장이 열릴 경우 기술력에서 화웨이를 완전히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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