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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한·미 친선 다지는 마라톤대회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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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회를 해마다 열어 한.미 동맹의 가교로 만들고 싶습니다."

3일 서울 탄천둔치에서 열린 '한.미 친선을 위한 평화마라톤대회'의 산파역을 맡은 전동석(55) 세계문화체육재단 회장의 말이다.

한.미 동맹 50주년을 기념해 강남구 체육회(회장 권문용 강남구청장)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미군 9백87명 등 주한 미국인 2천여명과 한국인 8천여명이 참가했다.

전회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며 28년째 살고 있다. 그가 이번 마라톤대회 개최를 계획한 것은 지난 3월 미 NBC-TV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한국의 반미감정'을 보고서였다.

다큐멘터리는 한국 내 반미 시위 모습을 거듭 보여주면서 성조기를 불태우는 장면을 집중 보도했다. 한국의 반미 감정이 위험수위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장의 좌판에 나온 돼지머리를 비추며 한국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듯한 장면도 있었다.

"방영 후 미국 친구들로부터 '한국에 실망했다'는 전화를 수십통 받았습니다. 2백만 재미동포 대부분이 미국인 친구들과 멀어지는 고통을 당했을 겁니다."

며칠간 밤잠을 설친 전씨는 방송사에 항의하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한.미간 우의를 다지는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마라톤 행사였다. 때마침 지난 1월 LA 방문 때 알게 된 權구청장이 지난해부터 강남구에서 열고 있는 마라톤대회를 '한.미 친선의 장'으로 확대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지난 4월부터 세차례 조국을 방문해 2백여명의 주한미군 장교를 찾아다니며 행사 참여를 권유했습니다. 행사 취지를 듣고 크게 공감한 찰스 캠벨 미 8군사령관이 직접 나선 덕분에 1천명에 가까운 미군이 참가하게 됐죠."

그는 재미동포 사회에서 '흑인에게 미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동포들과 앙숙이었던 흑인들을 찾아다니며 자선.선교활동을 펼쳐 갈등 해소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비(非)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91년부터 '마틴 루터 킹 퍼레이드'의 의장을 맡고 있다.

이 단체는 흑인 미국인들의 정신적 지주인 고(故) 마틴 루터 킹 목사 추모단체 중 가장 큰 규모다. 매년 킹 목사 추모일(1월 셋째주 월요일)에 LA에서 펼쳐지는 퍼레이드는 1백20만명이 참여하는 초대형 행사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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