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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승 FA 투수에 1억 달러…14승 류현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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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류현진은 MLB FA 시장에서 콜, 스트라스버그와 함께 빅3로 꼽힌다. [AFP=연합뉴스]

류현진은 MLB FA 시장에서 콜, 스트라스버그와 함께 빅3로 꼽힌다. [AFP=연합뉴스]

“에이전트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29세 휠러에 5년간 1억 달러 제안 #기간 줄일 경우 류현진 더 받을 듯

사회자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에 관해 할 얘기가 있는지” 묻자 류현진(32)은 이렇게 말했다. 메이저리그(MLB) FA 류현진은 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참석자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계약에 관해 특별히 요구한 건 없다. 데드라인 등 모든 사항을 에이전트에게 일임했다”며 말을 아꼈다. 대리인은 ‘수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67)다.

최근 MLB에서는 계약 소식이 하나둘씩 들려온다. 그러나 류현진이 게릿 콜(29),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1) 등 특급 FA 투수 계약은 해를 넘길 분위기다. 이들 ‘빅3’는 모두 보라스가 에이전트다.

류현진에게 유리한 시장의 흐름이 포착됐다. 디 애슬레틱은 4일 “FA 투수 잭 휠러(29)가 계약 기간 5년 총액 1억 달러(1195억원) 이상의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해당 구단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휠러를 잡기 위해 4~5개 팀이 경합 중이다. 휠러가 연평균 2000만 달러(239억원) 이상의 계약을 한다면, 이는 류현진 협상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앞세운 휠러는 올 시즌 뉴욕 메츠에서 11승 8패,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다.

시즌 최다승이 12승(2018년)이다. 잔 부상이 있고 특급이라고도 할 순 없지만, 나이가 젊은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 분위기다.

류현진은 당장 우승을 노리는 팀에 적합한 투수다. 내년 33세가 되는 만큼 기량이 더 좋아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올 시즌 평균자책점 MLB 전체 1위(2.32)일 정도로 안정성은 톱클래스다. 2013년 MLB 데뷔 후 2년 연속 14승이었고, 올해 다시 14승(5패)을 찍었다. 류현진이 계약 기간을 3년 정도로 양보할 경우, 평균 연봉은 휠러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10월 보라스는 “구단들이 엘리트 선발투수 필요성을 알고 있다. 선발투수 영입 비용을 지불한 팀(워싱턴의 스트라스버그, 휴스턴의 콜)이 월드시리즈에 올랐다”고 말했다. 자신의 선수들이 FA 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확신하고 구단들을 압박한 것이다.

MLB에서는 비싼 선수일수록 계약이 늦는 경향이 있다. ‘벼랑 끝 전술’의 달인 보라스는 류현진 계약 협상을 내년 2월까지도 이어갈 수 있다. ‘빅3’를 원하는 팀끼리 끝까지 경쟁시킨 뒤 계약서 3장에 차례로 사인할 것 같다. 류현진이 ‘데드라인’을 언급한 것도 보라스와 협상 상황을 공유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류현진은 MLB에 도전하는 1년 후배 김광현(31·SK)에 대해 “KBO리그 최고 투수인 만큼 MLB에서도 잘할 것”이라며 “나와는 다른 (아메리칸 또는 내셔널) 리그에서 뛰면 좋겠다. 경기장에서 대결하면 부담스러우니 밖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MLB 포스팅(비공개입찰)을 기다리는 김광현은 “현진이 형은 롤모델이다. 형과 함께 뛰고 싶다”며 “같은 팀이 안 되면 같은 리그에서라도 함께 하면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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