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황운하가 수사팀 교체 이유로 든 '30억 용역계약서'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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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오른쪽)이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지난해 6월 실시된 울산시장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기현 전 울산시장(오른쪽)이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지난해 6월 실시된 울산시장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017년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수사를 진행하던 수사팀이 갑자기 교체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었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수사팀 교체 사유로 든 30억원 용역계약서를  입수한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30억 용역계약서로 수사팀 문책…檢 “어디서 났나”

4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황 청장이 김 전 시장 관련 수사팀을 교체한 것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간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황 청장이 수사팀 교체를 결정한 건 2017년 9월이다. 이후 김 전 시장 측에 대한 수사는 급속도로 진행됐다.

황 청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울산 지역 공무원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이 들어왔는데 이전 수사팀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중요한 증거가 없다고 허위보고까지 했다”며 “허위보고를 문책해 토착비리 수사를 위해 수사팀을 교체한 것이다”고 했다.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 [뉴스1]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 [뉴스1]

황 청장이 수사팀 교체 이유로 삼은 건 김 전 시장 동생과 레미콘 업자가 작성한 30억원 용역계획서의 존재다. 해당 계약서는 울산 지역 건설업자가 울산 북구 아파트에 레미콘 공급을 할 수 있도록 해주면 김 전 시장 동생에게 30억원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2017년 9월 황 청장에 의해 교체되기 전 수사팀이 해당 용역계약서를 확보하지 못 했다는 진술과 정황을 확보했다고 한다. 수사팀 교체에 대한 황 청장의 설명과는 다른 부분이다. 수사팀이 “김 전 시장 측 범죄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보고하자 수사팀이 모르는 30억원 용역계약서를 황 청장이 제시하면서 문책했다는 것이다.

같은 해 청와대 첩보엔 “경찰 수사 지지부진”

청와대는 김 전 시장 측근 비리와 관련한 첩보를 2017년 11월 경찰청에 전달했고 같은 해 12월 28일 울산경찰청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첩보를 경찰청을 통해 받았다. 해당 첩보에는 “김 전 시장 관련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질책성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백원우(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스1]

백원우(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스1]

검찰은 청와대의 질책성 첩보가 수사팀 교체와 함께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장 관련 수사를 촉구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첩보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경찰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수사팀장, 고발 건설업자 유착 혐의로 기소

황 청장은 김 전 시장 측근 의혹 수사팀을 교체하면서 수사팀장으로 A 경위를 발탁했다. A 경위는 김 전 시장 측을 고발한 건설업자 김모씨와 2017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 535차례 통화했다고 한다.

A 경위가 김씨 고발 사건의 수사를 맡기 전‧후 꾸준히 김씨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는 의미다. A 경위는 압수수색 기각 결정서, 수사 착수 보고서 등 수사 기밀을 김씨에게 유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당시 울산경찰청의 참모가 건설 비리를 고발한 김모씨를 만나 ‘김 전 시장 측에서 아파트 인허가 특혜를 제공했는데 경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보고했다”며 “수사팀에 물어봤더니 처음엔 증거가 없다고 하다가 30억원 용역계약서 얘기를 듣고 추궁하니 고발인이 제출했다고 말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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