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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예술과 돈은 적인가 동지인가 - 전봉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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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문화예찬'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발전이 문화와 예술에 끼친 순기능을 분석한 책이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과 경제학자라는 저자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 어떤 예술론보다 진지하고 명료하게 현대문화의 성과와 가능성을 탐색한다.

저자는 대중문화를 옹호하기 위해 고급문화에 대한 야유를 보내지 않는다. 오히려 명쾌하고 따뜻한 언어로 고급문화를 포함한 현대문화 전반을 낙관주의적 관점에서 조망한다.

그의 주장은 놀랄 만큼 단순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문화를 획일화하는 대신 다양화했고, 예술을 타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작품의 창작에 도움을 주었으며, 예술의 소비층을 확대시켰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면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풍부한 사례로 채워진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예술가들의 분노와 저주는 일반인들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돈을 벌기 위해 예술 작품을 창작한다는 것은 분명 슬픈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예술가도 생활인인 한, 창작과 생존을 위해서 최소한의 소득은 있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시장에서 소득을 얻는 것이 정부나 후원자에게 보조금을 받는 것보다 훨씬 나은 조건일 수 있다. 대중이 예술가에게 이상적인 후원자인 것은 아니지만, 관료나 돈 많은 호사가보다는 훨씬 합리적이고 교양 있는 후원자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특정한 문화의 영역을 놓고 볼 때, 현대문화는 과거에 비해 훨씬 위축돼 보인다. 최근 몇년간 '전쟁과 평화'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버금가는 소설은 창작되지 않았고, 모차르트와 베토벤에 필적하는 고전음악가는 앞으로 출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코웬의 지적처럼 수천년간 축적된 문화유산 전부와 현재의 일부 시간을 비교하는 것은 공평한 일이 못된다. 타일러 코웬은 고급문화의 종말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예술가들이 시장 앞에 겸손해질 것을 요청한다. 대중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작품에 매몰된 예술가보다는 더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대중은 그것이 고급문화라는 이유만으로 거부하지는 않는다. 대중이 원하는 것은 흥미와 감동이다. 그것을 부정할 만큼 독창적인 예술성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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