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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타다는 공유경제" 변호인이 법정서 띄운 사진 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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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자동차.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중앙포토]

평일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자동차.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중앙포토]

“좀 생뚱맞은 사진일 수 있습니다만, 이 사진으로 타다와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자 합니다”

법원 스크린에 사진 한장이 띄워졌다. 낮 동안 텅 빈 채로 아파트 주차장을 가득 메운 수 십 대의 자동차 사진이었다. 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박상구 판사) 심리로 열린 ‘타다’ 첫 공판에서 타다측 변호인은 타다 서비스가 ‘공유경제’의 일환임을 주장하며 이 사진을 띄웠다.

"콜택시" vs "기사딸린렌터카" 타다 본질 공방

[연합뉴스]

[연합뉴스]

1시간 남짓 이어진 재판 내내 검찰측과 변호인측은 ‘타다의 본질’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타다측 변호인은 “1800만대가 넘는 자가용을 공유해 차량 소유를 줄이는 것이 쏘카와 타다가 지향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타다는 기존에도 있던 기사와 자동차를 함께 빌려주는 대여사업과 실질적으로 같다”고 말했다. 설명을 들은 판사가 “종전에 있던 기사와 렌터카를 함께 빌려주는 서비스와 다른 점이 뭔가”라고 묻자 변호인은 “모바일로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답했다. 변호인은 “10분 단위의 대여시간, 사용자가 선별하는 대여장소, 대여방법이 모바일로 편리해졌을 뿐”이라며 “혹 이용자 수가 너무 많아진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이런 처우를 받으면 저희로서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측은 타다가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검찰은 “타다는 혁신적인 모빌리티 사업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실질은 결국 콜택시 영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타다 이용자들이 약관에 따라 렌터카를 빌린 사람으로 보고 있는데, 타다 이용자들은 자신을 택시 승객으로 인식할 뿐”이라고 타다측 주장에 반박했다. 검찰은 “새 산업이라도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 육성돼야 하고, 법으로 보호돼야 하는 다른 이해관계와 충돌한다면 현행법 내에서 사법 판단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타다측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문언 의미를 넘어 유추해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폈다. 변호인측이 든 판례는 2004년 6인승 밴(이른바 콜밴) 차를 운전하는 김모씨가 면허 없이 손님을 태우고 돈을 받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당시 6인승 밴은 화물차로 분류돼 있었다.

1ㆍ2심은 김씨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입법상 미비로 화물차가 돈을 받고 승객을 실어 날랐을 때의 처벌 규정이 빠져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승용차만 처벌하게하는 여객자동차법 처벌조항의 문언상 의미를 넘어 화물차까지 유추 해석해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라고 판결했다.

"타다, 운전자 지휘·감독" vs "알선에 따르는 사정일뿐"

타다가 운전자를 관리ㆍ감독했는지에 대해서도 검찰과 타다측의 상반된 시각이 맞섰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타다측이 “운전자들의 출퇴근 및 휴식시간, 승객을 기다리는 대기지역 등을 관리ㆍ감독하며 차고지로 출근시키고 차량을 배정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날 변호인들은 “타다는 운전기사를 관리ㆍ감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주장하는 사정들은 운전자를 알선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수반되는 사정일 뿐이지 관리·감독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와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가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장진영 기자

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와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가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장진영 기자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12월 30일을 다음 기일로 정했다. 이때는 타다와 계약한 운전기사 용역업체 대표 및 타다 운영사인 VCNC직원, 렌터카 업체인 쏘카 직원에 대한 증인신문을 연다.

이날 타다 재판에는 택시업계 측 당사자들도 법정을 찾았다. 세간의 이목이 쏠린 만큼 재판 시작 40분 전부터 법정 앞에 긴 줄이 늘어섰고 32석의 방청석과 입석도 가득 찼다. 재판이 끝나고 이재웅 쏘카 대표가 법정을 나서자 일부 타다를 반대하는 이들이 “이게 무슨 혁신이냐” “머리 좋은 사람이 왜 콜택시를 하냐”며 소리를 지르고 길을 막아 법정 앞이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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