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급서 고급 영어로 가는 사다리 ‘영문법 성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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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호 14면

김환영의 영어 이야기 

잉글리시 그래머 인 유스

잉글리시 그래머 인 유스

정역(定譯)보다는 오역(誤譯)이 전달하는 이미지가 도리어 더 강렬한 경우가 많다.

3000만부 팔린 『잉글리시 그래머…』 #시험보다 말하는 데 필요한 문법책

영화 ‘Dead Poets Society’(1989)의 올바른 번역은 ‘죽은 시인의 사회’가 아니라 ‘죽은 시인 연구회’나 ‘죽은 시인 클럽’이다. 여기서 ‘Society’는 ‘사회’가 아니라 예수회(Society of Jesus)의 ‘회(會)’다. 영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Last Exit To Brooklyn)’(1989)에서도 ‘Last Exit’은 ‘마지막 비상구’가 아니라 고속도로에서 브루클린으로 나가는 ‘최종 출구(最終出口)’다.

영어에 관심이 많은 독자는 집에 영어학습 관련 도서가 아주 많다. 영어 학습서 시장은 대표적인 ‘레드오션(red ocean)’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좋은 책들이 정말 많이 나온다. 영어를 공부하는 책에 깔려 갈팡질팡하면 얄궂게도 ‘영어 포기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초·중급의 늪에 빠졌을 때는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 먹은 마음’은 곧 초보(初步)의 마음이다. 초보는 “학문이나 기술 따위를 익힐 때의 그 첫 단계나 수준”이다.

1985년 케임브리지대 출판부에서 세상에 처음 나온 『잉글리시 그래머 인 유스(English Grammar in Use)』는 지금까지 3000만 부가 팔렸다. 영어 종주국 영국의 자존심을 세워준 책 중 하나다. 이 책의 성공 비결은 ‘시험 보는 데 필요한 게 아니라 실제 말하는 데 도움 되는 문법책’ ‘시험 고득점에 필요한 최소한의 문법책’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다.

초·중급 독학(self-study) 학습자용이다. 하지만 영어 고급 수준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같은 책이다.

380페이지에 걸쳐 145개 과(課·unit)로 구성됐다. 하루에 2과씩만 공부해도 5개월이면 영문법의 기본 테두리는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대신 각 유닛의 오른쪽에 있는 연습 문제도 열심히 풀어야 한다.

저자인 레이먼드 머피는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1월 ‘명예 석사 학위’를 받았다. ‘명예박사 학위’를 안 준 것을 보면 케임브리지대는 좀 ‘짜다’고 할 수 있다.

영어학습과 영문법의 관계에 대해 저자는 좀 알쏭달쏭하게 이렇게 말한다.

-“영문법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튼튼한 문법 공부가 영어공부의 지름길이라는, 두 가지 주장 모두에 동의할 수 없다.”

-“문법책은 사전과 마찬가지로 필요할 때 들춰보는 참고문헌이다. 사전이나 문법책으로 언어를 배울 수는 없다. 사람들은 실습(practice)을 통해 언어를 배운다. 실습이 영어 학습을 위한 주요 도로(main road)다.”

-“영문법을 모르면 영어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문법만 알아서는 영어 말하기가 어렵다.”

-“학원에 다니건 스스로 공부하건, 말하기나 듣기 훈련이 영어 공부의 중심이 돼야 한다.”

-“케임브리지대 출판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영어 문법에서 관사, 현재 시제, 전치사를 특히 어려워하는 걸로 나타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한국인들의 진짜 문제는 문법이 아니라 영어 발음과 유창성(fluency)이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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