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고나자 상대 운전자 살해···정신병력 30대, 두달전 약 끊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상대방 운전자를 자신의 차로 치어 숨지게 한 30대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수법이 잔혹하고 무자비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사고처리를 하기 위해 도로 위로 나왔던 상대방 운전자를 자신의 화물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사고처리를 하기 위해 도로 위로 나왔던 상대방 운전자를 자신의 화물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자신의 차량과 부딪힌 상대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를 고의로 치어 숨지게 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A씨(38)에 대해 징역 25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법원은 A씨에게 치료감호와 함께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법원,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중형 선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15년 부착·치료 감호 처분 #사고발생 두달 전부터 정신과 약 복용도 중단 #재판부 "수법 잔혹하고 인명경시 태도 엿보여"

재판부는 “죄질이 극히 나쁜 데다 피해자가 다수이고 범행 과정에서 피고인의 무자비함과 인명 경시 태도가 엿보였다”며 “(피고인은)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진지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해 전자장치 부착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다만)계획적 범행이라기보다 충동적·우발적 범행에 가깝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25년의 중형 선고와 함께 수형을 마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기간 매일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주거지 이외 지역의 외출 금지, 피해자들에게 접근 금지, 자동차 운전 금지, 음주 금지, 매월 1회 이상 정신과 진료 및 약물복용 등을 준수하도록 명령했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사고처리를 하기 위해 도로로 나왔던 상대방 운전자를 자신의 화물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사진 pixabay]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사고처리를 하기 위해 도로로 나왔던 상대방 운전자를 자신의 화물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사진 pixabay]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2시20분쯤A씨는 충남 당진시의 한 도로에서 자신의 화물차(1t)를 몰고 가다 맞은편에서 오던 B씨(58)의 승용차와 부딪혔다. 사고가 나자 B씨와 승용차에 타고 있던 C씨(56)가 사고를 처리하기 위해 화물차로 다가갔다. 순간 A씨는 과속으로 화물차를 몰고 B씨와 C씨에게돌진했다. 차에 부딪혀 쓰러진 두 사람은 화물차 바퀴에 깔리기도 했다..

A씨는 50m가량을 그대로 질주했다가 차를 돌려 도로에 쓰러져 있던 B씨 등에게 다시 돌진했다. 경찰은 A씨가 두 사람을 살해할 목적으로 속도를 높여 들이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승용차에 타고 있다가 남편인 B씨가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 D씨(55)도 밖으로 나왔다가 A씨가 몰던 화물차에 부딪혔다. D씨는 온 몸을 던져 화물차를 가로막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A씨가 몰던 화물차에 치이고 두 번이나 바퀴에 깔렸던 B씨는 결국 현장에서 숨졌다. C씨는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었고 D씨도 손목 등에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고 직후 A씨를 정신 감정한 의료진은 “망상과 환청, 연상 이완, 판단력 손상 등의 증상이 있다”고 진단했다. 범행 당시에도 비슷한 상태였을 것으로 추정했고 장기간 정신과적 면담치료와 약물치료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신과적 전문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범의 가능성이 높아 치료감호가 필요하다는 소견도 제시했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교통사고 상대방 운전자를 자신의 화물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사진은 사건을 처리한 당진경찰서 전경. [중앙포토]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교통사고 상대방 운전자를 자신의 화물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에게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사진은 사건을 처리한 당진경찰서 전경. [중앙포토]

법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2001년부터 환청과 과대망상, 피해망상, 공격성 등의 증세를 보였고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이 기간 자신의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의료진에게 위협을 가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교통사고 발생 2개월 전부터는 의료진에게 처방받은 약물의 복용을 임의로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태에서 무고한 시민들을 자신의 차로 치어 숨지게 하고 중상을 입힌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처럼 정신과적 치료를 받는 운전자가 있어도 현실적으로 확인하거나 운전을 제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사한 사고가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