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풍요 속의 빈곤…잘 먹는데 칼슘이 없다, 대안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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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중·고교생의 건강 상태는 풍요 속의 빈곤을 겪고 있다. 외형은 그대로인데 내실은 허약한 상태가 돼가고 있다. 허우대만 좋을 뿐 실속은 없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자료에서 짐작할 수 있다. 교육부가 최근 5년(2014~2018년) 동안 해마다 전국 1023개 초·중·고를 대상으로 건강 변화를 추적한 결과, 키는 겨의 변화가 없는데 몸무게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학생 평균 키의 변화를 살펴보니 초6은 2014년 151.4cm→2018년 152.5cm, 중3은 169.2cm→170.2cm, 고3은 173.5cm→173.8cm로 나타났다. 여학생 평균 키도 거의 제자리 걸음에 멈췄다.

하지만 몸무게는 꾸준한 증가세다. 남학생 평균 몸무게는 초6은 2014년 46.8㎏→2018년 49.1㎏, 중3은 61.9㎏→64.6㎏, 고3은 68.5㎏→71.3㎏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여학생 몸무게도 증가폭은 남학생에 비해 작지만 증가세는 마찬가지다. 그에 따라 비만군율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4년 21.2%(비만율 11.5%+과체중 9.7%)에서 2018년 25%(14.4%+10.6%)까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패스트푸드 섭취 늘고 몸무게 증가 비만화

그 배경 원인을 살펴보니 절제가 필요한 라면·음료수·패스트푸드는 섭취가 늘어나고, 권장하는 식습관인 우유와 채소의 섭취는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남녀 평균(가중치 포함) 기준, 주1회 이상 라면을 먹는 비율은 초등학생이 2014년 74.85%→2018년 77.06%, 중학생 85.73%→88.03%, 고교생 77.99%→82.24%으로 증가했다. 주 1회 음료수를 마시는 비율도 초등학생 2014년 74.15%→2018년 80.04%, 중학생 83.07%→88.74%, 고교생 85.18%→90.61%로 늘어났다.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 비율도 초등학생 2014년 61.37%→2018년 65.98%, 중학생 72.05%→77.66%, 고교생 74.28%→80.54%로 급증했다.

하지만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권장하는 식품의 섭취 비율은 갈수록 줄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유·유제품을 매일 먹는 비율의 경우 초등학생 2014년 53.88%→2018년 46.62%, 중학생 32.19%→30.96%, 고교생 23.84%→21.27%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채소를 매일 먹는 비율도 초등학생 2014년 31.80%→2018년 28.87%, 중학생 27.79%→24.90%, 고교생 23.79%→22.79%로 대부분 30%를 밑돈다. 과일을 매일 먹는 비율도 마찬가지로 감소세다.

건강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를 생활 속에서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매일 먹는 식단에서 우유와 채소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소홀히 여겨 영양 공급이 풍부해진 오늘날에도 영양소 부족을 겪고 있다. 그 가운데 청소년의 성장기에 꼭 필요하지만 결핍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영양소로 칼슘이 꼽힌다.

국민건강통계(2013)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1일 영양소 섭취 부족 비율은 칼슘(81.5%)이 가장 많았으며 비타민A(50.8%), 철(31.1%), 인(21.3%), 비타민B1(8.6%), 비타민B2(8.6%) 순으로 집계됐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칼슘 섭취 비율은 그때보다 더 감소했다.

특히 청소년의 칼슘 섭취량은 우유를 먹는 부류와 먹지 않는 부류를 비교하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공주대 김선효 교수가 발표한 ‘청소년의 학교우유급식 참여와 영양섭취와의 관련성 연구(2015)’에 따르면 우유급식을 실시하는 학교의 칼슘 섭취 비율은 남학생 686.4mg, 여학생 638.3mg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유급식을 하지 않는 학교에선 남학생 368.6mg, 여학생 394.3mg으로 대조를 보였다.

이는 우유급식을 통해 일상에서 칼슘을 빠르게 편리하게 섭취할 수 있어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동시에, 비만률·대사증후군·고지혈증 등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있는 대목이다.

자료: 교육부 ‘2018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자료: 교육부 ‘2018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선진국에선 학교급식 메뉴에 우유 넣어 공급

해법은 선진국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영국·일본의 우유급식 비율은 90~95%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50%(2017년 기준) 수준에 그친다. 선진국은 학교급식 메뉴에 우유를 포함한 반면 우리나라는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을 분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유는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드는 성분이 들어있으며 이를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일부 학교에서 일고 있는 우유 급식 폐지 논란에 대해서도 수요자들 간에도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학교에서 우유를 일괄적 반강제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 음식이 귀해 우유급식으로 영양을 보충했던 옛날 관행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급식 유지를 주장하는 측은 “우유엔 칼슘·인·단백질·비타민D 등 뼈와 키 건강에 필요한 좋은 영양소들이 들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부작용 없이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성장기를 도운 든든한 밑거름”이며 맞서고 있다. 우유급식을 찬성하는 학부모나 학교측도 “학교의 우유급식은 희망자만 신청하는 자율제로 운영되므로 싫어하는 사람이 희망자의 선택에까지 침범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유 섭취 여부는 먹는 사람의 취향과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 있어 거부해야 할 기피 음식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2017년도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국내 청소년의 칼슘 섭취량은 60% 미만에 그친다”며 “특히 키 성장과 건강 관리가 필요한 청소년에겐 매일 우유 2잔 이상 섭취를 권한다. 부모도 성장기 자녀의 우유 음용 습관을 길러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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