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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일자리 ☼, 규제 ☂…文정부 스타트업 생태계 연말 성적표는?

중앙일보

입력

'스타트업 사랑' 文정부 성적표는? 

"스타트업 투자 확대와 대기업 및 지자체의 스타트업 육성에 힘입어 역동적인 분위기지만, 더딘 규제개선과 신산업에 대한 사회적 갈등, 데이터 3법 처리 불발 등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벤처기업협회 부설 서울벤처인큐베이터(SVI)가 26일 '2019 창업 생태계 10대 토픽'을 발표하며 이렇게 밝혔다.

SVI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5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약 6만개의 창업 관련 뉴스를 캐나다 인공지능(AI) 엑셀러레이터 해피소나와 함께 분석하고, 지난 15~19일 175명의 창업 생태계 구성원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를 이날 밝혔다.

창업 생태계 10대 토픽은 ▶스타트업 투자 확대 ▶스타트업 규제 ▶스타트업 일자리 ▶지자체의 스타트업 육성 ▶스타트업 공간 ▶데모데이 ▶소셜벤처 ▶K-스타트업 ▶중소벤처기업부 ▶대기업의 스타트업 육성 순이었다.

벤처기업협회가 26일 발표한 '2019 창업 생태계 10대 토픽'. 김정민 기자

벤처기업협회가 26일 발표한 '2019 창업 생태계 10대 토픽'. 김정민 기자

투자·일자리 ☼

이중 '투자'와 '일자리' 부문의 날씨는 '☼'이었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지난해 신규투자(3조4000억원)가 전년 대비 44% 오른 점과 삼성전자 C랩 등 대기업 사내벤처(CVC)의 활약, 롯데그룹-KDB산업은행의 627억원 규모 펀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등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스타트업 투자가 조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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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부문에서는 5대 그룹을 추월한 고용인원(76만명), 11개 대학과 스타트업 80개사가 참여한 채용박람회 등이 주목받았다. '파격조건'도 주요 키워드였다. 실제 토스 등은 지난달 말 경력 입사자에게 '전 직장 연봉 1.5배', '첫 월급일에 전 직장 연봉만큼 보너스' 등 파격 대우로 화제된 바 있다.

새롭게 부상한 공간과 기관도 있었다. 기존 스타트업 밀집지인 종로·강남이 아닌 서울 성동구 '성수밸리'가 저렴한 임대료를 앞세워 떠올랐다. 지난 4월 취임한 박영선 장관의 '중소벤처기업부 2기'도 1조원 모태펀드 조성 등 스타트업 육성 면에선 1기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 박영선 장관이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차세대 유니콘 기업 육성 등을 위한 '코리아 벤처투자 서밋 2019'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박영선 장관이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차세대 유니콘 기업 육성 등을 위한 '코리아 벤처투자 서밋 2019'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규제혁신·제도 ☂

그러나 진정한 '혁신'은 매우 ☂다. 최근 불거진 검찰의 타다 기소와 1년 넘게 끌고도 국회 통과가 고비를 만난 '데이터 3법' 등이 그 증거다. 앞서 벤처업계 17개 단체는 "국내 거미줄 규제환경에서 힘겹게 합법 영업 중인 타다가 위법이면 국내 창업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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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규제환경 탓에 국내를 떠나 해외에서 사업하는 모빌리티·블록체인·바이오·공유숙박 등 4차산업 분야 스타트업들도 언급됐다. 지난해 폐지된 공공기관 연대보증제도의 허점도 지적됐다. 사실상 한번 실패한 대표는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혀 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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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그 자체로 혁신"…업계 "규제 완화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스타트업 서밋'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스타트업 서밋'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스타트업은 그 자체로 혁신"이라며 "한국도 대기업 중심 경제에서 혁신 중소기업, 스타트업 중심 경제로 탈바꿈하기 위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정부에 원하는 건 눈먼 돈이 아닌 조속한 규제 완화"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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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보증제도 폐지의 허점

연대보증제도란 돈을 빌린 사람이 빚을 갚지 못할 때를 대비해 대신 갚을 사람을 정해놓는 제도다. 사업의 경우 법인이 채무자, 대표가 연대보증자가 되는 게 국내만의 관행이어서 "한국에서 사업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을 만든 주범이기도 하다.

이를 의식한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4월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연대보증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며 사정이 나아지는 듯 했지만, 최근 한국신용정보원의 '관련인 등록제' 때문에 "망한 기업의 대표는 재기할 수 없다"는 똑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대출상환에 실패한 대표의 정보가 금융권에 공유되고 이 때문에 사실상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다는 것이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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