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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아베 발언 지극히 실망…지도자로서 양심 갖고 할 말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조건부 종료 연기’ 발표를 전후로 한 일본 지도자들의 발언과 일본 정부의 발표 내용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제21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제21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등 외교·홍보라인이 지난 22일 청와대 발표 이후 이틀만인 24일 기자들 앞에서 잇달아 실명 브리핑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의 입’과 마찬가지인 핵심 참모진이 전면에 나선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일본 측 태도에 강한 불만을 가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 실장과 윤 수석은 이날 오후 5시45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취재를 위해 부산 벡스코에 차려진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이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으로 춘추관은 약 2시간 전 이를 공지했다. 정 실장이 먼저 “최근 한·일 양국 간에 합의 발표를 전후한 일본 측의 몇 가지 행동에 대해서 저희로서는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이런 식의 행동이 반복된다면 한일간의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이 있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일본 지도자들을 인용해 일본에서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일본 외교의 승리다”“퍼펙트 게임이었다”라는 보도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사자성어로 ‘견강부회’,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자기 식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은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사실이라면 지극히 실망스럽다”며 “일본 정부의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오히려 우리가 지소미아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하고 난 다음, 일본이 우리 측에 접근해오면서 협상이 시작됐다”며 “큰 틀에서 보면 우리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의 외교가 판정승했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이게 최종 합의가 아니다.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과 WTO 제소 절차 정지의 결정은 모두 조건부였고, 또 잠정적이란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앞으로의 협상은 모든 것은 일본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정 실장은 일본에 강한 경고성 발언도 내놨다. “‘you try me(우리를 시험해 보라)’라는 말을 일본에 하고 싶다”며“영어로‘ try me’는 어느 한쪽이 터무니없이 주장하면서 상대방을 계속 자극할 경우, 계속 그렇게 하면 내가 어떤 행동 취할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특히 22일 당일 일본 경제산업성 발표 내용을 문제 삼았다. 정 실장은 “합의 내용을 아주 의도적으로 왜곡 또는 부풀려서 발표했다”며 “만약 이러한 내용으로 일본 측이 우리와 협의했다면 합의 자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실장이 지적한 대목은 “한국이 먼저 WTO 절차 중단을 사전에 약속하고 통보해 협의가 시작됐다”“한국이 수출관리 문제를 개선할 의욕이 있다”“3개 품목에 대한 개별심사 방침에 변함없다”는 내용 등이다. 정 실장은 “지난 8월 23일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는 통보를 하고 난 다음, 일본 측이 그 제서야 우리와 협의하자고 제의를 해와 그때부터 외교채널 간에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됐다”고 밝혔다.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선 “오히려 한국의 수출관리제도 운용을 확인하면서 수출규제 조치를 해소하는 방안을 협의키로 한·일이 양해를 한 것”이라며 “3개 품목 관련 발언도 한·일 간에 사전에 조율한 내용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밖에 22일 당일 합의 내용이 일본 언론에 먼저 보도가 된 점, 오후 6시 동시 발표를 약속해놓고 한국보다 7~8분 내지 늦게 발표한 점도 문제 삼았다.

 정 실장은 22일 당일 외교 경로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한국이 지적한 입장을 이해를 한다. 특히 경산성에서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한·일 간에 합의한 내용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뉴시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뉴시스]

 정 실장에 이어 브리핑에 나선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국내 언론에 “일본 언론의 보도를 사실로 전제하고 보도하는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며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 보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수석은 “한·일 간의 충돌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일본 측의 시각으로 일본의 입장을 전달하는 국내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일본 언론의 그러한 주장과 보도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지, 그 보도가 사실은 아니다. 내용이 허위이면 허위보도다. 사실이 아니면 소설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산=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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