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일단 유지, 한·일 대립 숨통 틔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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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2호 01면

청와대가 22일 오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발표했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충남 천안 반도체 제조용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 MEMC코리아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22일 오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발표했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충남 천안 반도체 제조용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 MEMC코리아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했다. 또 일본 정부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중단하기로 했다. 양국은 지소미아 종료를 불과 6시간 앞두고 협정 종료로 인한 파국을 극적으로 피할 수 있게 됐다.

종료 6시간 남기고 파국 면해 #3개 품목 규제 WTO 제소도 중지 #“미국의 적극 중재가 방향 바꿨다” #내달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 #미국 “동맹 단합 북한에 보여줘”

이날 오후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지소미아를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2019년 8월 23일 발표한 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했다”며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이해를 표했다”고 밝혔다. 또 “한·일간 수출 관리 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3개 품목 수출규제에 대한 WTO 제소 절차를 정지시키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소미아의 효력을 조건부로 유지하면서 WTO 제소를 중단하고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의 이날 발표는 그동안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변화가 없으면 지소미아를 종료할 것”이라는 입장에서 물러선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와 일본과의 막판 물밑 접촉 결과 정책 방향이 바꿨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같은 날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정부도 같은 시간에 “현안 해결에 기여하도록 과장급 준비 회의를 거쳐 국장급 대화를 해 양국의 수출 관리를 상호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일 간 건전한 수출실적의 축적 및 한국 측의 적정한 수출관리 운용을 위해 (규제대상 품목과 관련해) 재검토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소미아 종료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효한 지 144일, 한국을 수출심사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지 112일 만이다.

하지만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일본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지소미아와 수출 규제 문제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그간 “일본이 수출규제를 해제하면 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양측이 향후 어떻게 두 문제 해결에서 접점을 찾을지가 관건이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에서 촉발된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일 정상은 다음 달 말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별도의 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지소미아 종료를 반대했던 미국 조야에선 이날 한·일 정부의 발표를 환영했다. 수전 손턴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지소미아는 미국의 두 동맹국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을 때 단합할 수 있다는 것을 다른 나라, 특히 북한에 보여주기 위해 상징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일각에서 제기된 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싼 한·미 동맹에 균열 우려에 대해 “한·미 동맹은 정부가 볼 때 지난 67년간 굳건히 뿌리내린 동맹”이라며 “한·일 간의 일시적 갈등이 굳건한 한·미 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지혜·위문희 기자, 도쿄=윤설영 특파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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