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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측근 “우크라이나와 대가성 거래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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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장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의회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장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청문회에서 ‘폭탄’ 발언이 나왔다.

선들랜드 주 EU대사 의회서 증언 #“대통령 지시로 우크라이나 압박” #트럼프는 “대가성 없었다” 주장

고든 선들랜드 주 유럽연합(EU) 미국대사는 20일(현지시간) “나를 비롯한 트럼프 참모들은 우크라이나가 2016년 미국 대선과 부리스마(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수사를 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면서 “미국 대통령의 명시적인 지시(express direction)에 따랐다”고 말했다.

선들랜드 대사는 공화당에 거액을 기부한 인연으로 트럼프가 정무적으로 임명한 외교관이다. EU대사는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를 관장하지 않지만,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압박에 그를 앞세웠다. 선들랜드는 이날 연방하원이 주도하는 대통령 탄핵조사 공개 청문회 4일째 증인으로 출석했다.

선들랜드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원하는 백악관 방문과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미국 민주당에 대한) 수사 사이에 분명히 대가성(quid pro quo·퀴드 프로 쿠오)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대한 수사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9000만 달러 군사원조를 지연시키는 것이 잠재적으로 ‘퀴드 프로 쿠오’가 된다는 점에서 우려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퀴드 프로 쿠오는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9월 말 탄핵조사 시작 이후 트럼프의 해명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2016년 미국 대선과 헌터 바이든이 재직한 부리스마 수사를 언급한 건 맞지만, 우크라이나 부패 청산 차원이었지, 이를 조건으로 한 대가성 거래는 없었다’는 것이다.

대가성 거래 여부는 이번 탄핵조사의 핵심 쟁점이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내년 대선을 유리하게 끌기 위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가족에 대한 비리 조사를 압박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확정한 군사원조 3억9000만 달러를 일부러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사실일 경우, 사익을 위해 외교 정책을 이용한 것이어서 탄핵 사유인 권력 남용에 해당한다.

다만, 선들랜드 대사는 이 일을 주도한 이는 트럼프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라고 주장했다. 선들랜드는 “릭 페리 에너지장관과 커트 볼커 우크라이나특별대표도 함께 이 일에 관여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줄리아니 변호사를 통해 일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외교 문제에 줄리아니라는 ‘비선 라인’을 가동했다는 주장이다.

선들랜드는 “폼페이오 장관과 펜스 부통령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과 미국을 겨냥한 수사가 연결된 것을 알았다”면서 “이메일엔 펜스, 폼페이오, 볼턴, 폼페이오의 수석 비서 등 고위 관계자들이 수신인이었다. 모두가 이 일의 핵심 일원(in the loop)이었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는 “선들랜드는 혼자 뛴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모두가 알았다는 점을 강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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