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신당호」 누가 탈 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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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민련의 장기표 전 사무처장을 중심으로 한 40대 뉴 리더그룹이 전민련을 탈퇴, 재야신당을 결성키로 함으로써 진보정당의 가능성과 참여범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 사무처장· 조춘구 민중생존권대책위원장· 이석원 편집실 차장 등은 이미 사표를 제출, 진보정치연합과 연대, 정당추진작업에 들어갔다.
합법정당 추진파엔 이우재 고문· 박용일 인권위원장· 박계동 전대변인· 김도연 총무국장· 이활웅 인천민연의장· 임정남 부산 민연의장 등 전민련의 중견간부 다수가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중인 이부영 상임의장· 이재오 조국통일위원장· 여익구 민중생존권대책위원장 등도 정당결성에 긍정적 태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당 추진파들은 내년 상반기 중에 정당결성을 완료, 지자제선거에 참여한다는 스케줄을 추진하고 있다.
전민련탈퇴 인사들이 가장먼저 규합을 시도하는 세력은 전민련자체의 회원들이다.
김근태 정책실장과 민청련·기독교계·호남권 등은 정당결성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나 지역별·개인별로 성향차이가 커 상당수가 참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전민련외부세력으로는 진보정치연합이 적극적으로 신당결성에 동조, 참여하고 있으며 영등포 재선거에서 연합전선을 폈던 민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와 백기완씨가 소장으로 있는 통일문제연구소그룹이 신당결성자체에는 긍정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백기완씨는 『참여제의가 올 경우 도와주겠다』 는 명시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영등포재선거에 출마했던 고영구 변호사도 『입당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고 밝히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원내에서 몇 명의 의원을 동조세력으로 입당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다.
재야출신의 진보적 성향의원 중엔 현실의 보수적 제도권 정치에 상당한 불만을 토로하고있는 인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원들은 『현재로선 야권통합운동이 급선무』 라는 입장아래 진보신당에 동조적이건, 아니건 현시점에서의 참여에는 소극적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동조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의 노무현 의원이다.
노 의원은 『재야신당이 결성된다면 그것이 아무리 허술한 모습을 띠고 있다해도 참여해야한다는 것이 재야 출신으로서의 의리이며 나의 입장』 이라고 해 확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노 의원은 다만 『현재로선 야권통합운동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대국적인 견지에서 옳다』면서 『통합이 안 되는 것이 명백해지면 그때는 미련 없이 신당에 참여하겠다』 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내 다른 진보세력들은 아직 관망하는 수준이지만 야권 통합쪽에 더 적극적이고 신당엔 회의적이다.
민주당에 비해 평민연이란 진보적의원 그룹을 가지고있는 평민당의 내부움직임이 더 관심거리. 평민연의 중심인 이해찬 의원은 『신당은 현재로선 제대로 정당모습을 갖추기 힘들 것』이라며 『평민연을 통한 야권통합운동에 최선을 다하고 통합이 안되면 일부의원과 전민련·진보련·민변·민교협 등을 묶어 신당결성을 시도하겠다』 고 밝히고 있다.
이 의원은 그러나 노 의원과 거취를 함께 하기로 하고있어 노 의원이 움직일 경우 함께 신당으로 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내에선 이들 두 의원 외에는 아직 신당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의원들은 별로 없다.
민주당기조실장을 맡고있는 김광일 의원, 평민당 이상수 대변인 등은 재야출신이지만 제도정치권에서 「출세」 한 케이스로 굳이 신당에 관심 가질 생각을 하지 않는 눈치다.
평민당의 재야출신 모임인 평민연에서도 임채정씨는 평민당을 진보 정당화하는데 주된 관심을 갖고있고, 원내의 양성우·박석무 의원 등도 신당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야권 통합』쪽에 흥미를 갖고있다.
이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무소속의 박찬종·이철 의원과 홍사덕·장기욱씨 등 이른바 서명파의 동향이다.
무소속의 이철 의원도 진보 신당보다는 야권통합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밝혔다.
「이념적 국민정당」 의 색채를 표방할 작정인 신당은 이렇게 볼 때 현 제도권내 정치세력의 호응을 받지 못한 채 한겨레당·민중의 당처럼 군소당 신세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많다.
다만 정계개편·야권통합 등 정계의 판세가 급격하게 움직이고 보수세력이 구심력을 잃으면 새로운 진보적 대안으로 등장할 여지도 없지 않다.
지난 영등포 재선거에서 고영구 후보가 상당한 득표를 한 것이나 최근 서울대 신문연구소의 여론조사에서도 진보정당결성을 바라는 여론이 53%에 이르는 등 보수일색의 구태 의연한 정당체제에 대해 새 정당의 출현을 바라는 잠재적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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