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주52시간제 땜질식 보완 언제까지 통하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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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또 땜질이다. 정부가 발표한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대책 이야기다. 보완책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내년부터 주52시간제가 적용되는 50~299인 중소기업에 대해 ‘충분한 계도기간’을 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재난 상황 등 엄격한 요건이 있어야 하는 특별연장근로 허가를 ‘경영상 사유’ 등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연말까지 국회의 보완 입법이 이뤄지지 않을 것에 대한 대비책이다.

이런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계도 기간 부여는 범법을 저질러도 처벌만 미루겠다는 뜻이다. 근로시간 단축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특별연장근로 요건 완화도 실효성을 의심받는다. ‘경영상 사유’로 근로시간을 늘리려 해도 매번 개별 근로자 동의를 얻어 신청한 뒤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기업 배려 모양새를 갖추긴 했으나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땜질식 대책의 배경에는 정부의 안이함과 국회의 무책임이 있다. 애초 주52시간제는 현실을 정교하게 살피지 않았다. 특정 기간 집중 근무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 개발직 같은 업종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열악한 중소기업의 경영 및 인력 사정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만 했다. 이런 무차별적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될 리 없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300인 이상 사업장마저 9개월 유예 기간을 둬야 했을 정도였다.

정부 실책을 보완 입법으로 바로 잡아야 할 국회마저 제구실을 못했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어렵사리 합의됐지만, 여야 정쟁에 밀려 20대 국회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 10일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나면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기업이 맞닥뜨릴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진다. 정책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기업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이 서둘러 통과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