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이라도 매일 애정표시를"|맞벌이 엄마의 어린이 가정교육은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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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맞벌이 엄마, 또는 불가피하게 집을 많이 비워야 하는 바쁜 엄마가 많아지면서 늘 혼자 생활해야하는 어린이들에 대한 가정교육이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소외되고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걱정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장위국교 차원재교장은 최근 무료함과 외로움을 달랠 길 없어 전화통에 매달리는 아동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한다.
차교장은 이 어린이들이 집에 재미를 못 느껴 밖으로 배회하고 정서적으로 산만하며 친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공통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이 어린이들은 부모가 죄책감을 상쇄시키려는 듯 용돈을 많이 줘 자칫 불량청소년의 비행에 휘말리기 쉽다고 덧붙였다.
중앙대 이재우교수(교육학과)는 오래 혼자 방치된 어린이들은 결단력이 부족하고 아주 공격적이거나 폐쇄적인 성향을 띠기 쉽다고 말했다.
또 엄마의 부재로 인한 애정결핍이 아동의 신체적·정서적 허약함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차교장은 어린이에게는 매일 일정량의 애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휴일 등에 한꺼번에 쏟아 붓는 애정보다 매일 시간이 늦거나 아침 이른 시간에도 아이들을 깨우거나 해 적당량의 대화와 애정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교수는 맞벌이에서 돌아온 엄마가 미안한 마음으로 요란스레 애정을 표현하는 것보다 덤덤하나 세심하게 자연스런 애정을 펴는 것이 엄마가 없을 때의 허전함을 극복하는데 어린이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급격하고 과도한 애정은 엄마 부재 때 아이를 돌보아주는 대리 역할자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것.
가능한 한 대가족제의 장점을 살려 친지들이 자주 집을 방문하게 하고 집안 할머니나 파출부 등 이 어린이들을 돌볼 때도 이웃집 가정의 어린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이용해 다각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파출부에게 집을 맡겨놓고 이방, 저방을 잠가놓는 것은 어린이 정서교육에 매우 좋지 않다는 것.
30년 넘게 교육현장에서 맞벌이를 하면서 그 자신이 겪은 집안 자녀교육의 어려움과 시행착오적인 체험을『맞벌이 엄마·아빠의 자녀교육』이라는 책으로 최근 출판한 무학여고 김영의교장은 특히 맞벌이 엄마대신 아이들을 돌보는 파출부 등 대리 역할 자와의 관계에 신경을 쓰고 있다.
김교장은 ▲파출부 등 대리역할자의 장점을 칭찬하고 인정해 긍정적인 사고와 기분을 갖게 한다. ▲집안 일을 요일별로 크게 구분해주고 집안 일의 부담을 가급적 줄여 어린이에게 신경을 더 쓰게 한다는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
또 대리 역할자에게 ▲어린이와 함께 지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모두 믿고 맡긴다는 신뢰감을 전하고 ▲어린이가 엄마에게 대리 역할자에 대한 고자질을 하지 못하게 하고 어린이 앞에서 그를 나무라지 않으며 ▲어린이교육에 관한 재미있는 귀절이나 정보, 책자를 제공해 줘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소개했다.
김교장은 또 엄마가 없는 허전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도시락 속에 애정의 편지를 자주 끼워 넣었으며 집안에 메모판을 설치, 그 날 전할 말들을 적어놓아 엄마가 늘 신경을 쓰는 인상을 심어주었다고 했다.
이밖에 작은 간식함을 마련, 출근전 매일 다른 간식을 집어넣어 어린이가 방과 후 돌아와 엄마의 정성과 손길을 느끼게 배려했다는 것이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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