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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상태 홍콩…차량 불타고 곳곳 바리케이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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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홍콩 몽콕 거리에 경찰 잠복차량이 시위대에 의해 검게 불타 있다. 신경진 기자

13일 홍콩 몽콕 거리에 경찰 잠복차량이 시위대에 의해 검게 불타 있다. 신경진 기자

홍콩 도심 곳곳이 거대한 시가전 전장으로 변했다.
13일 밤 구룡반도의 번화가 몽콕 도로는 보도블록으로 쌓은 탑으로 뒤덮였다. 시위대는 상무인서관 등 중국계 상점을 파괴했다. 시위대 증거 채집을 위해 경찰이 잠복하던 차량은 검게 불탔다. ‘개차(狗車)’라고 적힌 스프레이가 경찰용 차임을 알렸다. 검은 옷에 복면을 한 시위대는 화염병을 쌓아 놓고 경찰의 진입에 대비했다. 경찰 장갑차가 보도블록 사이로 돌진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거리에는 “광복 홍콩시대 혁명”이라 적힌 한글 구호도 보였다. “공비타도, 인민구제”라는 한국에서 오래전 사라진 공비(共匪·공산당 도적 떼)라는 낙서도 등장했다.

시위대가 점거한 홍콩 몽콕역 인근에 폭동 진압 경찰이 중무장한 채 진압을 준비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시위대가 점거한 홍콩 몽콕역 인근에 폭동 진압 경찰이 중무장한 채 진압을 준비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13일 오후 홍콩 도심 몽콕에 진압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 연기가 퍼지고 있다. 신경진 기자

13일 오후 홍콩 도심 몽콕에 진압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 연기가 퍼지고 있다. 신경진 기자

폭동진압 경찰이 가끔 최루탄을 발사하며 해산을 시도했으나 중과부적이었다. 몽콕 역사 인근의 한 패션 매장은 ‘중국계 자본(中資)’이라는 낙서와 함께 방화와 파괴를 당했다.
몽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네이든 로드 중앙선을 지키던 존(가명·25)은 “폭력 경찰의 진압을 늦추기 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수백명의 젊은이들은 연신 블록을 깨며 벽돌 바리케이드를 높였다.
지나던 홍콩 시민 피터(가명·36) 씨는 “도심 바리케이드는 오늘 처음 등장했다”며 “도의를 잃은 경찰을 규탄하기 위한 파업에 홍콩 시민의 동참을 유도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의 반달리즘(공공 기물 파손)의 숨은 의미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대중교통의 운행을 막아 파업 동참을 강제하려는 ‘아침 햇살(晨曦) 행동’은 14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총파업, 동맹휴업, 상가철시를 강행하는 삼파(三罷) 운동 역시 계속된다.
홍콩 교육 당국은 시위가 격화되자 13일 초·중·고 모든 학교에 임시 휴교령을 선포했다.
홍콩의 대학 캠퍼스는 ‘전쟁터’로 변했다. 중문대에는 화염병은 물론 불화살과 투석기도 등장했다. 학사 진행이 불가능해지자 중문대는 이번 학기 종강을 선언했다. 경찰은 “대학 교정이 ‘무기고’로 변했다”며 폭력 행위를 규탄했다. 중문대 학생회 측은 동문과 지지 시민의 물자 지원이 답지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홍콩 구룡반도 번화가 몽콕 인근에 등장한 시위대의 한글 구호. 신경진 기자

홍콩 구룡반도 번화가 몽콕 인근에 등장한 시위대의 한글 구호. 신경진 기자

13일 홍콩 시위대가 몽콕역 사거리에 도로블록을 부셔 바리케이드 탑을 쌓고 있다. 신경진 기자

13일 홍콩 시위대가 몽콕역 사거리에 도로블록을 부셔 바리케이드 탑을 쌓고 있다. 신경진 기자

홍콩 시위의 동력은 베이징이 되살렸다. 지난달 중국 공산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제19기 4중전회(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가 “(홍콩) 특별행정구의 국가안보를 수호할 법률제도와 집행 기제를 건립한다”고 결의하면서다. 홍콩 사태를 국가 전복을 노리는 안보 문제로 판단한 중국의 초강경 진압이 본격화됐다. 여기에 8일 시위 진압과정에서 다친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周梓樂)씨가 사망했다. 11일에는 홍콩 섬 동쪽 사이완호(西灣河)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실탄에 맞은 21세 차우씨가 중태에 빠졌다. 중국 치안을 지휘하는 정법위는 12일 공식 SNS인 창안젠(長安劍)에 “홍콩 폭도가 경찰의 총을 탈취한 사건”이라며 “이럴 때 안 쏘면 총이 무슨 소용이며 경찰이 무슨 소용 있나”라며 발사를 정당화했다. 홍콩 시위대는 바리케이드 해방구로 맞섰다.
중국과 한국인 등 유학생의 엑소더스(탈출)도 본격화됐다.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은 13일 페리와 고속철도를 이용해 속속 본토로 돌아갔다.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은 이날 중문대 기숙사에 있던 한국 유학생 40여 명의 탈출을 지원했다. 이 중 30여명은 곧바로 공항을 통해 귀국길로 올랐다. 홍콩의 한국인 유학생 1600여 명 중 상당수의 귀국이 예상된다.
13일 하루 동안 각종 폭력 시위로 58명이 다쳤으며 1명은 중태다. 경찰은 시위대의 투석을 막기 위해 중문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수색영장이나 대학 당국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의 진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한편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이 주둔하는 섹콩(石崗) 군영에서 군인들이 시위 진압복을 입고 훈련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홍콩=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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