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있는 곳에 쓰이길”…'소방의날' 헌혈증 119장 놓고 사라진 익명의 시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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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소방의 날 소방서에 익명의 시민이 흰 봉투에 담아 기부한 헌혈증서 119장(오른쪽)과 손편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연합뉴스]

11월 9일 소방의 날 소방서에 익명의 시민이 흰 봉투에 담아 기부한 헌혈증서 119장(오른쪽)과 손편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연합뉴스]

지난 11월 9일 '소방의 날'에 한 시민이 헌혈증 119장을 익명으로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토요일이었던 지난 9일 오전 8시 40분께 한 시민이 서울 영등포 소방서 현장대응단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시민은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던 이정석 소방교에게 흰 봉투를 내밀었다. 이 소방교가 봉투 내용이 뭐냐고 물었지만 그는 "줄 사람이 있다"라고만 답하고 자리를 떠났다.

이 소방교는 봉투 안에 헌혈증이 든 것을 보고 곧바로 익명의 시민을 쫓아가 불렀다. 하지만 이 시민은 뒤를 잠깐 돌아만 보고는 말없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확인 결과 봉투 안에는 헌혈증 119장과 손글씨로 쓴 엽서가 들어있었다. 엽서에는 "11월 9일 소방의 날에 그동안 헌혈한 119장을 기부합니다. 소방관분들을 통해 좋은 곳에 쓰이고 싶습니다. 뜻 있는 곳에 사용해 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적혔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익명의 기부 시민 뜻에 따라 헌혈증이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쓰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명호 영등포소방서장도 "독도 헬기 추락 사고로 소방가족 모두가 추모 분위기 속에 소방의 날을 조용히 보냈다"며 "헌혈증서 기부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소방대원에게 감동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신 익명의 시민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11월 9일 소방의 날 소방서에 익명의 시민이 흰 봉투에 담아 기부한 헌혈증서 119장(오른쪽)과 손편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연합뉴스]

11월 9일 소방의 날 소방서에 익명의 시민이 흰 봉투에 담아 기부한 헌혈증서 119장(오른쪽)과 손편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연합뉴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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