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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습격 받는 한국수출(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전자제품>
「미래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전자업계도 심각한 수출몸살을 타고있다.
삼성전자와 금성사·대우전자 등 3대 종합전자 업체의 지난 상반기매출액은 88년 같은기간 보다 7·7%늘었으나 수출은 오히려 3·7%줄었다.
삼성전자만이 반도체 특수에 힘입어 수출을 4·2% 늘렸을 뿐 대우전자는 수출이 제자리걸음했으며 금성사는 노사분규까지 겹쳐 곤욕을 치렀다.
7월까지 우리 나라 전체의 전자·전기부문 수출실적은 올해 목표액 1백93억 달러의 절반을 밑도는 95억 달러. 애당초 목표액 자체를 지난해의 32·5%보다 크게 줄인 18%증가로 잡았으나 이마저 달성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불황을 모른 채 연평균 30∼40%씩 성장, 지난해엔 우리 나라 총 수출액의 4분의1이 넘는 27%를 기록해 제 1의 수출품목으로 떠올랐던 전자산업이다.
최대의 시련은 가격경쟁력 약화.
지난 4년 동안 원화는 33%가 절상됐고 이로 인해 전자부문의 경우 올 들어서만 5·2%의 원가상승 요인을 안게되었다.
반면 일본 엔화는 지난해부터 약세로 돌아서고 있어 과거 엔고에 힘입어 수출시장에서 쭉쭉 뻗어 나갔던 한국 상품들이 이젠 거꾸로 원고에 덜미를 잡히고 있다.
올 봄 노사분규로 인한 직접적인 생산차질과 이로 인한 수출차질도 3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5%에 이른 임금인상과 분규 휴유증으로 수출이 매끄럽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정보기기의 경우 수입 재료비만이 3%가량 떨어졌을 뿐 노무비·국내 재료비 등으로 지난해보다 생산비용이 평균 18%가 올랐다.
반면 국제시장가격은 치열한 경쟁 속에 카폰이 최근 2년 사이에만 반값으로 떨어졌고 1메가 D램 반도체는 지난해 말 25∼30달러에서 12∼13달러로 컴퓨터는 올 들어서만 가격이 평균 10∼20%까지 떨어졌다.
국제가격이 떨어졌는데 생산원가는 오르니 채산을 맞출 수가 없다고 각 업체는 주장한다.
가격인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큰손들.
컴퓨터의 핵심부품인 DC팬 모터를 금성부품·영서정밀·세실정밀 등이 5억∼10억원의 개발비용을 들여 연초 국산화에 성공하자 일본의 NSK, NBM사 등이 값을 개당 46달러에서 37달러까지 내려 국내업체들은 처음부터 적자생산을 해야했다.
4MD램 반도체생산을 시작한 일본업체 등은 1 MD램을 1∼2개월에 1달러 골로 값을 낮추고있고 지난 6월 북경 사태이후 중국으로 들어갈 상품이 동남아에 대기하자 본격 덤핑에 나서 이 지역의 우리수출이 3분의1가지 줄어들었다.
동남아에만 가전 공장 96개, 산업용 전자기기 공장 55개 외에 현지부품공장도 2백24개나 갖고있는 일본에 비해 이 지역을 모두 합쳐봐야 10여개 정도인 우리가 가격경쟁을 할 수가 없는 듯.
4백50달러에 수출하는 카폰 신제품이 지적 소유권 분쟁에 걸려 로열티를 70∼80달러나 물게됐고 92년 통합을 앞둔 EC의 덤핑제소·물량규제로 이 지역의 가전제품수출이 지난해보다 40%나 줄었다.
우리가 4백 달러에 파는 XT컴퓨터를 대만은 3백 달러, 싱가포르는 3백50달러에 파는 등 후발 경쟁국의 저가공세도 적지 않다.
국내업체들은 이에 따라 종전의 보급품, 저가 위주의 가격경쟁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고 고급기술 경쟁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있는 가운데 이 같은 체질개선작업이「제2의 도약」의 성패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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