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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275만t 美옥수수 산다고 했는데···말 나올까 움츠린 일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현지시간)뉴욕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뉴욕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에 팔지 못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골치를 썩이던 ‘옥수수’를 사겠다고 선언한 지 2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수입을 희망하는 일본 업체는 여전히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농림수산성이 민간기업의 외국산 사료원료 수입 시 보관료와 구매자금 금리 우대제도를 도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8월 25일)로부터 2개월 이상이 지난 11월 5일 현재 이 지원제도 이용을 신청한 기업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프랑스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사지 않아 남게 된 미국산 옥수수를 일본이 이를 모두 구매한다”며 “아베 총리와 합의한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일본이 구매하기로 한 옥수수는 미국산 옥수수 275만t으로 600억엔(약 6640억원) 규모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도 당시 “일본 기업이 국내산 옥수수의 해충피해 대책으로 구매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민간에서 긴급수입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7월 이후 규슈(九州)지방을 중심으로 좀나방 유충에 의한 피해가 확산됐다. 농림수산성은 8월 8일 민간기업이 외국에서 사료원료를 앞당겨 수입할 경우 보관료와 구매자금의 금리를 우대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일본 내 사료업계는 “앞당겨 살 필요는 없다”고 반발했다. 좀나방 피해가 생각보다 심하지 않은 데다 일본에서는 옥수수 대와 알곡을 섞어 소 사료로 쓰는데 미국산은 알곡만 있어서 혹시 필요하더라도 가공에 시간과 돈이 들기 때문이다. 대형 종합상사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미국산 옥수수를 수입할 필요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옥수수 벨트

미국 옥수수 벨트

미국산 옥수수는 미·중 무역 전쟁으로 중국이 관세를 올리는 바람에 수출길이 막혔다. 옥수수 산지인 미 중서부의 ‘콘 벨트’ 지역은 내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이다. 일본 측이 옥수수를 수입해 가지 않는다면 옥수수 농가 농민들은 분노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산 옥수수 수입이 공중에 뜬 모양새지만 일본은 향후 미국과의 외교무대에서 거론될 것을 우려, 이야기 자체를 아예 꺼리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는 10월 1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과 (수입에) 합의하거나 약속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민간기업이 해충피해 대책으로 구입할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는 “국내 수요가 없는 상황을 미국에 설명하면 ‘이야기가 다르다’고 항의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부처 간부)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향후 외교무대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도록 목을 잔뜩 움츠리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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