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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봉의 목표는 오로지 조국 광복과 민족화합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약산 김원봉.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명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 중앙포토]

약산 김원봉.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명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 중앙포토]

약산 김원봉(1898~ 1958)은 논란이 많은 인물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 의열단장, 민족혁명당 총서기, 조선의용대 대장,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부장으로 활동했다. 독립운동사의 핵심 인물이었지만, 1948년 월북했다는 이유로 남한에 남아 있는 그의 가족이 한국전쟁 중 학살당했다. 그의 공적의 많은 부분은 남한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근현대사의 명암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김원봉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 나왔다. 『민족혁명가 김원봉』(한길사) 을 쓴 이원규 작가는 6일 서울 중구 순화동천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잊힌 비운의 독립투사 김원봉을 비롯, 민족해방을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독립투사의 참모습을 제대로 평가하고 그들의 고귀한 정신을 알리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3ㆍ1운동과 의열단 창단 100주년 기념기획으로 출간된 이 책은 저자가 1990년대부터 평양을 제외한 중국 지린, 베이징, 상하이, 난징 등 독립운동과 관련된 지역을 약 20회에 걸쳐 답사하고 썼다. 또한 역사학자들을 통해 공개된 검증 자료, 증언 등을 통해 김원봉의 일대기를 재구성했다. 오는 10일은 1919년 중국 만주에서 대표적 무장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이 결성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2005년 『약산 김원봉』 평전을 출간한 바 있는 이원규 작가는 "기존 평전에 오류도 있었고 잘못된 건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내 마지막 책이라 생각하고 다시 쓴 것"이라며 "내 나이가 70살인데, 애초에 소설이었다면 그냥 둬도 됐겠지만, 평전인데, 잘못된 부분을 놔두고 죽을 순 없지 않다는 생각에 다시 이번 소설을 완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책은 지난 평전에 비해 디테일이 촘촘하게 채워진 것이 차별점이다. 김원봉이 죽기 전 한두 달 전의 북한 상황이나 체포 당시 상황 등이 새롭게 발굴된 자료를 통해 상세히 복원됐다. 특히 당시 북한 주재 소련대사였던 알렉산드르 푸자노프의 일지가 2014년 발굴되면서, 김원봉이 숙청되기까지 북한의 정치적 상황을 추론할 수 있는 근거들이 대거 확보됐다. 이 작가는 이를 토대로 2005년에는 누락됐던 그의 일대기에 살을 입혔다.

이원규 작가는 "2005년에는 외국이나 북한에 있는 자료 없이 작성해 상상력에 의존한 부분이 많다. 비율로 치면 팩트가 30%, 상상력이 70%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팩트가 70%, 상상력이 30% 정도 할 수 있다"며 "훨씬 많은 자료를 녹였다. 미국과 소련, 일본은 물론 북한 로동당출판사가 발간한 『김일성 저작집』까지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1938년 10월 10일 우한 조선의용대 창단 기념사진. 앞줄 조선의용대 군기 바로 뒤가 김원봉이다. [사진 한길사]

1938년 10월 10일 우한 조선의용대 창단 기념사진. 앞줄 조선의용대 군기 바로 뒤가 김원봉이다. [사진 한길사]

책에 따르면 김원봉은 1898년 경남 밀양 출생으로, 1919년 의열단을 결성해 단장으로 활동했다. 1938년에는 조선의용대를 창설하는 등 일제를 향해 무장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해방 후 1948년 북한에서 국가검열상 자리에 오르고 1952년 노동상에 임명됐으나 1958년 김일성 체제에서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활동한 점 등으로 아직 그의 독립운동사와 삶에 대한 기록은 확연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최근 서훈 논란이 인 것도 김원봉이 북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는 소설 형식이 가미됐다. 대신 픽션이 가미된 부분에 대해선 기존 자료를 통해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표시했다.

이 작가는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300여개의 주석을 붙여 독자가 픽션을 팩트와 구분할 수 있도록 했고 나아가 실제 역사적 사실이 어땠을지 판단해보도록 했다"며 "이념적으로 한편에 치우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1950년대 북한에서의 김원봉   모습. 가장 최근에 발견된     자료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 제공]

1950년대 북한에서의 김원봉 모습. 가장 최근에 발견된 자료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 제공]

책에는 저자가 그간 수집한 사진과 직접 촬영한 사진까지 총 116장이 담겼다. 김원봉의 육촌동생 김태근이 50년간 숨겨뒀다 처음 내놓은 사진부터 가장 최근 발견된 북한에서의 김원봉 모습도 포함됐다.

파란만장했던 김원봉의 일대기를 좇으며 이 작가는 "김원봉의 목표는 오로지 조국 광복과 민족화합이었다"고 말한다. 이어 "분단의 모순은 사회주의 항일투사들의 투쟁을 덮어버려 우리의 독립운동사마저 축소했다"며 "이 책이 작은 발판이 되어 통일된 나라에서 독립투사들이 정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우리 역사가 바로 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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