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반장 이명박 삽자루 쥔 고건 손 부르튼 손학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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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복구에 차기 대선 후보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고건 전 국무총리,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강원도 수해 현장을 잇따라 찾았다.

◆ 수해 복구 현장반장=이 전 시장은 22일부터 1박2일간 강원도 평창군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벌였다. 23일 수해 복구 현장에서 만난 이 전 시장은 공사판의 현장반장 같았다.

그는 "놀고먹으면 안 돼. 이리 와 바구니 잡아"라며 동행한 팬클럽 회원 80여 명을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옆에서 구경하는 게 못마땅한지 취재기자들에게까지도 작업을 시켰다. 현대건설 회장 출신의 그를 향해 "고기가 물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쓰러진 나뭇가지를 톱으로 자르던 그에게 "수해 때 골프 친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이 전 시장은 "봉사활동 시켜야지"라며 "당에서 알아서 하겠지만 바보 같은 짓들을 했어. 너무 심했어"라고 했다. 수해 현장 인근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하룻밤을 보낸 그는 팬클럽 회원들과의 수박 파티 때 "기회가 온다면 대한민국에 사는 것 자체가 행복하도록 만드는 일에 온몸을 던질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침수된 가옥 네 채에 쌓인 토사를 모두 퍼낸 뒤 서울로 향했다.

◆ 삽자루 쥔 고 전 총리=고건 전 총리는 23일 평창을 방문했다. 고 전 총리는 쑥색 점퍼에 운동화 차림으로 토사가 밀려든 주택에서 삽을 들고 모래를 퍼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을 일일이 격려하고 주민들에게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고 전 총리의 평창 지역 방문에는 개인 팬클럽인 '우민회' 회원 200여 명이 동참했다. 그는 수재민 대피소로 사용되는 진부중학교에서 주민들과 만나 "갑작스러운 수해로 얼마나 놀랐느냐"고 수재민들을 위로했다. 고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 참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한 적이 없고, 입장을 정한 적도 없다"고만 답했다.

◆ 상처투성이 된 손발=13일 경남 진주를 시작으로 충북 단양 등지에서 수해 복구 활동을 해 온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24일부터 강원도 인제에서 복구활동을 이어 간다. 그의 손발은 10여 일간 수해 복구 작업을 강행하느라 상처투성이가 됐다. 손 전 지사는 "경남 진주는 남강 제방 보수 공사가 시급하다는 걸 알면서도 중앙.지방정부가 해결하지 못해 결국 큰비에 무너졌다"며 "당국의 잘못으로 주민들만 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또 "단양에서 복구 작업을 할 때는 충주댐 건설로 인한 피해의식이 주민들 사이에 퍼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농민들의 1년 농사가 망쳐진 아픔을 모두가 함께 헤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전 지사의 수해 복구 작업에 동참하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충북 봉사 현장에는 자원봉사자 50여 명이 일손을 보탰다. 남경필.정진섭.정병국.김명주 의원 등도 손 전 지사를 찾아가 함께 수해 복구에 나섰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20일 의원과 당원 200여 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을 이끌고 강원도 평창을 방문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9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강원도 정선의 수해 현장을 돌아보는 등 대선 주자들의 수해 아픔 달래기가 이어졌다.

평창=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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