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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 자영업자 열에 아홉, 밑천 1억 미만…절반 이상은 사업 준비 3개월도 안해

중앙일보

입력

각종 상점이 밀집한 명동 거리. [연합뉴스]

각종 상점이 밀집한 명동 거리. [연합뉴스]

막 가게를 연 자영업자 10명 중 9명이 1억원도 안 되는 밑천(자본금)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을 시작할 때 자금 조달이 가장 힘들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중도 증가했다. 내수 경기 부진으로 자영업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나빠지는 모습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2019년 8월)'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 중 자본금이 '1억원 미만'인 사람의 비중은 90.7%로 지난해 86.7%보다 4%포인트 늘었다. 반면 1억원이 넘는 밑천을 들고 사업을 시작하는 자영업자 비중은 지난해 13.4%에서 9.3%로 감소했다.

자료 : 통계청

자료 : 통계청

이들 '신참' 자영업자들은 본인·가족 돈으로 사업자금을 마련한 사람 비중이 69.8%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보다 5.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은행·보험·상호신용금고 등 금융기관에서 자본금을 조달한 비중도 29.7%로 3.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별도 자본이 필요 없다'고 응답한 사람 비중은 14.2%로 8.2%포인트 감소했다. 인건비·임대료 등 각종 사업비용이 늘면서 가족이나 외부로부터 사업자금을 구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진 모습이다.

사업자금 마련은 신규 자영업자의 가장 큰 애로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업 시작 시 가장 어려웠던 점에 대한 응답으로 '사업자금 조달'을 꼽은 사람의 비중은 25.9%로 '사업정보·경영노하우 습득'을 꼽은 비중(24.7%)과 비슷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사업자금 조달'이 33.5%로 올라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자료 : 통계청

자료 : 통계청

사업 준비 기간 3개월도 안된 사람이 절반 이상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 때도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갖지 못하는 사람의 비중은 증가했다. 사업 준비 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이라고 응답한 사람 비중은 52.3%로 2.5%포인트 늘었다. 반면 3개월 이상이라고 응답한 사람 비중은 47.6%로 2.6%포인트 감소했다.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들은 자발적인 동기(자기 사업을 하고 싶어서)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답하는 비중(76.6%)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취업·창업 등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비경제활동인구) 중 1년 안에 자영업을 해보려는 사람 중에서는 '취업이 어려워서'를 창업 희망 동기로 꼽은 사람이 15.7%로 지난해(6%)보다 급증했다.

"'억지 창업' 늘면 대출 못 갚는 부실 자영업자 늘 것"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550조원 규모 가계부채 중 자영업자 대출이 6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자영업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일자리를 못 찾아 억지로 창업하는 사람이 늘면 대출을 갚기도 힘든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등 자영업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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