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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타다’ 혼선에 드러난 정부의 무책임한 민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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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경영진 기소로 논란이 된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서비스 ‘타다’와 관련해 “시장의 경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서 분명히 플러스(긍정적)”라며 “공정위가 처음에 이런 의견을 밝혔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눈치를 보느라 모빌리티 업계의 싹을 말리고 있는 이 정부에서 늦게나마 이런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중재와 조율, 그리고 심판이라는 정부 정책 책임자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뒷북 훈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소 직후 “갈등 중재와 이해 조율에 나섰어야 할 정부는 그동안 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비난 여론에 직면하자 책임회피용으로 일제히 검찰 때리기에 나선 다른 관계부처 장관들의 행태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검찰의 의견 요청에도 불구하고 무대응으로 일관해 사실상 기소를 방치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사법적으로 접근한 것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라며 유체이탈 화법으로 검찰을 비판했다. 스타트업 주무부처인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도 이 사안과 관련해 손 놓고 있다가 “(기소는) 너무 전통적 생각에 머문 것”이라며 “검찰이 너무 앞서 나갔다”고 검찰 때리기에 동참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역시 “상생 해법이 작동되기 전에 이 문제를 사법적 영역으로 가져간 것은 유감”이라며 검찰에 책임을 전가했다. 공정위도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는 택시업계의 조직적 반발에 맞서기 위해 ‘타다’와 손잡는 기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택시조합을 지난 8월 공정위에 신고했지만 공정위 역시 신속한 조사에 나선다든지 하며 문제 해결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각 부처 고위 공직자들의 발언만 들으면 마치 이 나라와 전혀 무관한 남의 나라 검찰이 이 정부의 정상적인 행정업무를 방해라도 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 책임을 잊은 무분별한 검찰 때리기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검찰의 기소 처분과 관련해 벌어진 부처 간 진실 공방을 보면 평소 부처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기소 결정이 논란을 빚자 검찰은 정부 부처와 충분히 상의 후 기소 방침을 미리 알렸다고 밝혔는데, 알고 보니 법무부가 검찰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하지 않아 주무 부처가 관련 내용을 언론 보도로 알게 돼버렸으니 말이다. 이런 정부가 혁신을 외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