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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CEO,이사람] 폴리우레탄 전문업체 피유시스 권인욱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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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권인욱 피유시스 대표가 새로 개발한 건축용 소음 차단재의 시공 모형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김기현 인턴기자

권 대표는 1985년 개인 회사(상호면 신일화성)로 출발했다. 당시 권 대표의 주머니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받은 퇴직금이 전부였다. 서울 문래동에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4만원짜리 사무실을 얻었다. 직원은 여직원 한 명만 뒀다. 먼저 다니던 회사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폴리우레탄 소재 납품업을 했다.

돈이 없어 처음엔 신용으로 물건을 받았다. 권 대표는 "창업 초기 거래처의 문턱이 닳도록 방문해 두 다리만큼은 지금도 누구 못지않게 튼튼하다"고 말했다. 그의 사업은 89년 전기를 맞는다. 독일 화학회사 골드슈미트(현 데구사)와 한국바스프의 판매 대리점권을 따내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창업 6년 만인 92년엔 종업원이 20명으로 늘었고 회사는 법인으로 전환했다. 96년엔 지금의 공장을 지어 제조업 기반을 닦았다. 97년 11월에 닥친 외환위기는 피유시스의 위상을 한 단계 더 올려 놓았다. 가진 것 없이 창업했으나 그는 무차입 경영 원칙을 고수한 덕을 봤다. 경쟁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지자 살아 남은 피유시스의 일감은 더 늘었다.

2000년엔 피유시스를 눈여겨 본 SKC가 피유시스에 13억원을 투자했다. 피유시스는 재무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할 수 있었고 회사 신용도 높아졌다. 또 2002년 SKC와 절반씩 투자해 중국 칭다오(靑島)에 자본금 100만 달러 규모의 지사(신진유한공사)를 세워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권 대표는 요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아파트의 층간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폴리우레탄 특수 수지와 시공법을 개발한 것이다. 이 기술은 2월 특허를 취득한 데 이어 지난달엔 대한주택공사로부터 현장 인증을 받았다. 실제 아파트 건설 현장에 시험적으로 시공한 결과 더욱 강화된 층간 소음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시켰다. 그러나 이 기술은 건설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엔 아직 이르다. 시공단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기존 소음 차단 기술보다 한 단계 앞선 것으로 평가는 받았지만 현재로선 시공비가 기존 공법의 세 배가량 들어 건설업체가 받아들이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피유시스는 현재 시공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 연구가 성공리에 끝나면 아파트 소음방지소재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유시스는 이를 위해 파주 선유리 공단에 70억원을 들여 제2공장을 짓고 있다. 권 대표는 "사업다각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고 최근 주간 증권업체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피유시스는 지난해 242억원 매출에 14억원의 경상이익을 냈다.

폴리우레탄=신축성과 보온.보냉성이 뛰어나 각종 열.소음 차단재 및 자동차 부품 소재로 많이 쓰인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스판덱스 섬유를 비롯해 신발 밑창, 침대 매트리스, 주방용 수세미 등도 이 소재로 만든 것이다.

파주=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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