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락 쓰레기 벌금」잘한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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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는 흔히 공해문제를 거론할 때 그 책임이 전적으로 공해물질을 방출하는 산업체에만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우리 국민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사실은 간과하기 쉽다.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이나 유독가스 또는 산업폐수 등 이른바 산업쓰레기가 하루 전국에서 약5만t에 이른 반면 생활쓰레기는 무려 8만t에 이른다는 통계를 보면 물론 질적인 면에서는 비교가 안되겠지만 양적으로는 생활쓰레기가 훨씬 많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전국 17개 국립공원에서 연간 수거되는 행락 쓰레기는 1만5천여t, 좀더 실감나게 계산해 보면 4t트럭으로 3천5백여 대 분이나 된다.
산업쓰레기와 생활쓰레기는 대기와 수질에 엄청난 공해문제를 야기 시켜 각종 대책이 계획 또는 추진되고 있으나 산이나 유원지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우선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킨다는 점에서 중대한 공해문제로 부각 된지는 이미 오래다. 그러나 당국은 이미 버려진 행락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입장료를 받거나 계몽전단을 나눠주는 식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그래서 쓰레기는 더욱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환경청이 내년 7월부터 국립공원 등 관광유원지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리도록 한 것은 진일보한 적극적 조처라는 점에서 기대가 간다. 환경청이 환경감시원과 산림감시원을 현장에 배치해 쓰레기를 버리는 행락 객에게 쓰레기의 양에 비례해 누증하는 액수의 과태료스티커를 발급, 납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발생시킨 쓰레기를 스스로 치우지 않으려면 치우는 비용이라도 내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
휴일에 공원이나 유원지를 찾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즐기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요, 어느 누구도 이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러나 즐긴 뒤끝이 말끔하지 못하다거나 행락의 찌꺼기를 아무 데나 버린다는 것은 다음에 그 곳을 찾을 다른 사람의 기분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그 찌꺼기들이 자연을 훼손하고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킨다는 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악영향을 뻔히 알면서도 남이 보지 않는다고 해서 적당히 흙으로 덮어 버리거나 바위틈과 숲 속에 숨겨 놓는 처사는 결코 양식 있는 민주시민의 행동이 못된다. 그런 비양심적이고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 전국민을 위해 불가피하고도 바람직한 일이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당국은 과태료징수에 앞서 8개월의 계몽기간을 둔다고 하나 계몽기간은 한 두 달이면 족할 것으로 본다. 모두 이 문제를 이미 절실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휴일에 도시 근교의 산이나 계곡에 가보면 많은 인파에 놀라지만 그들이 그곳에서 벌이는 거의「잔치 판」이라고 할 만한 취사 행 태에서도 많은 쓰레기 발생의 요인이 눈에 띈다. 불고기를 굽고 찌개를 끓이고 밥을 짓는 등 현장조리를 하는 행락 이어야만 하는가, 국민 모두가 다시 한번 생각 해볼 문제다.
우리는 산이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천혜의 공동휴식처라는 점을 모두 다시 고맙게 여기면서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당대는 물론 다음세대에까지 깨끗하고 아름답게 물려줘야 된다는 책임을 생활화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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