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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물드는 美 캘리포니아 산불 현장, 붉은 방화제의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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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시미 계곡의 23번 프리웨이 상공에서 화재 진압용 비행기가 불이 옮겨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방화제를 살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0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시미 계곡의 23번 프리웨이 상공에서 화재 진압용 비행기가 불이 옮겨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방화제를 살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규모 화재가 끊이지 않는 미국 캘리포니아가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핏빛 방화제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산불을 끌 때 주로 물을 뿌리지만 미국에서는 물과 함께 방화제를 많이 쓴다. 방화제는 화재 발생 장소나 화재 예방을 위해 아직 불이 번지지 않은 산림과 주택가에도 뿌린다. 그런데 이 방화제가 핏빛처럼 붉어 산과 들과 민가까지 온통 붉게 변해가는 것이다.

[서소문사진관]

방화제 브랜드는 포스첵(Phos-Chek)이 많이 쓰인다. 방화 효과가 물과 달리 지속적인 것이 특징이다. 가루 형태나 고농도 액체 상태로 만들어 사용하기 전에 물에 희석한다. 소방수들이 지상에서 사용할 수도 있고 살포 설비를 갖춘 항공기에서 뿌릴 수도 있다.

방화제를 붉게 만드는 것은 비행기 조종사가 방화제를 뿌릴 곳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지상에 붉은 색이 물들면 중복 살포를 피할 수 있다. 이 붉은 색은 그러나 천천히 옅어진다. 햇볕에 노출되면 서서히 땅의 색과 비슷하게 변해간다.

[사진 미 공군]

[사진 미 공군]

위 사진은 항공 소화 장비를 탑재한 미국 공군 C-130E 허큘리스 수송기에 방화제 포스첵을 싣는 모습이다. 2003년 10월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발생한 시미(Simi) 화재 소화 작전 당시 모습이다.

화재 진압 비행기 10 탱커 에어 캐리어(10 Tanker Air Carrier)가 30일 LA 북쪽 시미 밸리 부근 화재 현장에서 방화제를 뿌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화재 진압 비행기 10 탱커 에어 캐리어(10 Tanker Air Carrier)가 30일 LA 북쪽 시미 밸리 부근 화재 현장에서 방화제를 뿌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방화제를 뿌리는 항공기는 다양하다. 보잉 747을 개조한 소화용 비행기는 '슈퍼 탱크'라 불리는데 5km 길이의 불길에 7만 5000ℓ의 방화제나 물을 투하할 수 있다.

사진의 비행기는 '10 탱커 에어 캐리어'(10 Tanker Air Carrier)라 불리는데 맥도널 더글라스사의 DC-10을 개조한 화재 진압용 비행기다. 탑재량은 4만 5000ℓ로 2006년부터 활동 중이다.

화재 현장에 출동한 TV 위성중계 차량이 붉은 방화제를 뒤집어 썼다. [EPA=연합뉴스]

화재 현장에 출동한 TV 위성중계 차량이 붉은 방화제를 뒤집어 썼다. [EPA=연합뉴스]

고속도로도 핏빛으로 물들었다. [EPA=연합뉴스]

고속도로도 핏빛으로 물들었다. [EPA=연합뉴스]

30일 캘리포니아 시미 밸리에서 소방수들이 화재 진압작업을 벌이고 상공에서는 비행기가 방화제를 살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30일 캘리포니아 시미 밸리에서 소방수들이 화재 진압작업을 벌이고 상공에서는 비행기가 방화제를 살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30일 오전(현지시간) LA 북서쪽 시미밸리에서 또 다른 대형 산불이 일어나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LA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70㎞ 떨어진 시미밸리에서 이날 동트기 직전 발화한 산불로 로널드 레이건 프레지덴셜 도서관과 인근 주택가에 대피명령이 떨어졌다.

미 국립기상청은 이날 저녁까지 최고 풍속 시속 80마일(128.7㎞)에 이르는 허리케인급 강풍이 남부 캘리포니아에 닥칠 수 있다고 예보했다. 이는 캘리포니아에서 측정된 풍속으로는 수년 만에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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