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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발 등에 떨어진' 주 52시간...양대 노총 만나 유예 설득

중앙일보

입력

김기문 중기중잉회 회장(왼쪽 세번째)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두번째)를 만나 주 52시간제와 관련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사진 중기중앙회]

김기문 중기중잉회 회장(왼쪽 세번째)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두번째)를 만나 주 52시간제와 관련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사진 중기중앙회]

“중소기업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예하면서 보완 입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립니다.”

30일 여의도 한국노총 건물 7층.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내년 1월부터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될 예정으로 중소기업계는 제도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부 조사결과와 한국노총이 파악한 바로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해 대부분의 기업이 준비가 완료됐다”며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장근로와 과로사가 많고 주 40시간 근무가 현장에서 안착해 가고 있다”고 답했다. 양측은 주 52시간제 유예를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기문 회장은 중기중앙회에서 마련한 주 52시간제 제도 건의안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중소기업계가 30일 한국노총을 방문해 주 52시간제 개선안을 담은 건의문을 전달했다. [사진 중기중앙회]

중소기업계가 30일 한국노총을 방문해 주 52시간제 개선안을 담은 건의문을 전달했다. [사진 중기중앙회]

주 52시간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앞서 김 회장은 이달 초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에서도 주 52시간제 유예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청와대 오찬 이후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 등에서 성과가 없자 중기중앙회가 직접 나섰다. 김 회장은 이날 “주물과 뿌리산업의 경우 60세가 젋은 나이일 정도로 일할 사람이 없어 사장도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주 2교대에서 주 3교대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민주노총도 조만간 방문해 주 52시간 확대 시행과 관련한 유예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중기중앙회가 한국노총에 전한 제도 건의안에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 유예와 탄력근로 산업 범위를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제단체도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에 앞서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8월 '유연근무제도 개선 건의 사항'을 정부에 전달했다. 대한상의가 지난 6월 여야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조속입법 리포트에는 탄력근로제 보완이 담겼다. 김용근 경총 부회장은 “경직된 근로시간 제도에 따른 산업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한국 산업경쟁력을 높이려면 탄력근로제 단위 시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총은 일본의 탄력 근로제 단위 시간이 최대 1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경제4단체장은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과 관련한 우려를 전달했고 문 대통령도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국회다. 국회에서는 탄력근로제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단위기간을 1년으로 늘리고 탄력근로제 등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7개월째 여야가 대립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는 주 52시간제 단위기간 연장과 탄력근로제 도입 등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도입을 놓고 총파업을 벌였을 정도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주 52시간제 보완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주 52시간제와 관련한 보완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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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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