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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제 중소기업 확대 미뤄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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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내년 1월 시행 예정된 주당 최대 52시간 근로제의 중소기업(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일이 상당 기간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계도기간을 둬 법 적용을 미루는 방식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방침을 시사했다.

계도기간 둬 법 적용 연기 시사 #이재갑 고용장관 “보완책 논의 중”

이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보완책이 무엇인지 논의 중”이라며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밀착 관리하면서 근무제 개편 등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계도기간 연장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실태조사 결과 중소기업 중 상당수가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기에는 준비가 안 돼 있다”며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시행시기를 늦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도 계도기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보완 입법(근로기준법 추가 개정)을 포함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줄 보완책을 마련할 시간을 벌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회에 계류 중인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가 필요하다. 이 장관이 “탄력근로제 입법과 같은 제도 개선이 없다면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기 어려운 기업이 발생하는 것도 현실”이라며 “행정조치가 입법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

한편 고용부가 14일 발표한 9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실업급여)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4%(1635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실업급여는 9개월 동안 6차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달 실업급여를 받아간 사람은 44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2.6%(5000명) 증가했다.

정부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많아져서”라고 얘기한다. 실상은 다르다. 지난달 제조업 피보험자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제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357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7000명(0.2%) 줄었다. 여기에다 50대 이상, 음식·숙박업 같은 업종에서 실업급여 수급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취약계층과 업종을 중심으로 실직자가 느는 구조가 고착화하는 데다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던 제조업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못 사는 사람일수록 일자리를 더 많이 잃고 있다는 얘기다. “소득주도성장의 맹점이 지속해서 노출되고 있는 셈(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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