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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요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가재는 게 편 인줄만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바로 요즘 국회에 제출된 감사원 보고자료에 따르면 버스요금 인상률의 근거가 되는 제비용 원가계산이 터무니없이 과다하게 계상 되었다. 좌석버스의 경우 23%, 시외버스의 경우 거의 두 배나 더 얹었다.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의 운행원가를 따지고, 요금인상률을 결정하는 부서는 교통부다. 그 교통부는 엄연히 국민의 세금으로 움직이는 관청이다. 여기서 일하는 공무원은 그들에게 월급을 주는 국민의 편에서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 관리들이 업자들의 말은 고분고분 듣고, 버스요금을 꼬박꼬박 내야 하는 국민의 소리는 들은 체도 하지 않은 결과가 되었다.
글쎄…좋은 승용차 타고 미끄러져 다니는 나리들께서 그저 버스에나 매달려 다니는 국민의 처지까지 헤아릴 겨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것은 고사하고 국민의 다리에 돌멩이를 하나씩 매달아 주는 것과 같은 일을 거든 것은 불쾌하다 못해 괘씸하다.
우리 귀에 아직도 생생한 것은 대중교통수단의 요금을 올릴 때마다 교통부가 호들갑을 떨던 일이다.
우선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로 버스회사나 택시회사의 적자운영을 들었다.
정작 요금을 올릴 때는 버스나 택시의 서비스개선이 어떻고, 깨끗한 환경이 어떻고 하는 얘기를 교통부는 생색내듯이 해 왔다.
지난여름 택시요금 인상 때도 택시들은 황공하게도 그런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 필경 누가 시켜서 한일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스티커는 며칠의 생색용으로 끝나고 어물쩍하는 사이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지금은 그런 말들이 아예 쑥스러운 것이 되고 말았다. 길거리의 택시들은 여전히 1백m도 못 가 기웃기웃 손님을 골라 태우고, 죽자 사자 난폭 운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청 결은 고사하고 운전기사들은 화난 표정이나 짓지 말았으면 좋으련만 승객은 꼭 죄진 사람 모양으로 고개 숙이고 타야 하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다. 교통부가 가재는 게 편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버스요금의 원가를 다시 계산해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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