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DV] 중국영화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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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밍량.첸카이거.장이머우.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중국 감독 세명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보자.

애정만세(愛情萬歲)

대만에서 활동하는 말레이시아 출신 감독 차이밍량의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빈 집을 무대로 부동산 중개업자 메이, 거리에서 옷을 파는 아정, 납골당을 파는 시아오강의 삭막한 관계를 묘사했다. 영화의 마지막 6분여에 이르는 메이의 흐느낌은 도시 젊은이의 고독한 내면을 드러낸,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꼽히곤 한다. 1994년 작임에도 화질과 음질이 만족스럽다. 그러나 스페셜 피처는 감독과 배우의 영문 필모그래피(작품 목록)뿐이어서 아쉽다.

투게더(Together)

중국의 첸카이거 감독이 대중 계몽을 염두에 두고 만든 2003년 작.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와 이민을 마다하지 않는 부모, 부모의 기대 때문에 원치 않는 학과 공부를 해야하는 자녀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40여분에 걸친 영어 인터뷰를 통해 밝힌 감독의 연출 의도는 "1백만명의 어린이가 부모 손에 끌려 와 베이징.상하이에서 음악 수업을 받고 있다" "수천년 동안 이룬 문화가 개방화로 인해 20여년 사이에 사라졌다" "과거엔 정치적 공포를 안고 살았지만 현재 중국인은 가난에 대한 공포를 안고 산다" 등이다.

영웅(英雄)

장이머우 감독 역시 2003년의 중국을 위한 국책 영화 '영웅'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세 중국 스타를 캐스팅한 화려한 무협물답게 두 개의 디스크로 이루어진 '영웅'DVD엔 스페셜 피처가 무척 많다. 인물과 색감을 고려한 근사한 칼싸움을 위해 간쑤성 돈황.내몽고 호양림 등 중국 전역을 돌며 촬영한 현장을 기록한 메이킹 필름은 영화 제작의 비밀을 엿보게 한다. 젊은이들과 함께 한 세미나에선 중국 영화의 미래를 위한 투자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주연 배우와 제작진의 인터뷰, 의상과 무기 디자인 스케치 등도 꼼꼼히 수록했다.

옥선희 DVD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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