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착한뉴스]“살려달라” 외침에 칠흑같은 바다에 뛰어든 경찰

중앙일보

입력

목포경찰서 전경. [사진 목포경찰서]

목포경찰서 전경. [사진 목포경찰서]

29일 오전 3시 10분쯤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전남 목포시 평화광장 인근 바다에서 '풍덩' 소리가 들린 뒤 하얀 물거품이 번져나갔다. 친구와 함께 택시를 타고 가던 A(28)씨가 갑자기 택시를 세운 뒤 도로 주변 바다로 뛰어들었다.

목포경찰서 하당지구대 정모 순경 #오전 3시쯤 "사람이 바다에 빠졌다" #수영 못하지만 구명조끼 믿고 구조

A씨의 친구는 근처 난간에 걸린 구명튜브를 꺼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얽히고설킨 구명튜브 밧줄은 풀리지 않았다. A씨가 빠진 평화광장 바다분수는 도심과 인접한 바닷가지만 인적이 드물다. 주말에나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관광지다.

A씨 친구는 인적 드문 길거리를 향해 "사람이 빠졌어요. 살려주세요"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친구의 외침을 들은 행인이 경찰에 신고했고 목포경찰서 하당지구대로 "바다에 사람이 빠졌다. 누군가 구해달라 소리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하당지구대 소속 정모(29) 순경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육지에서 약 30m 떨어진 곳까지 흘러가 있었다. A씨는 의식을 잃은 듯 바닷속에서 별다른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정 순경은 당시 상황을 "A씨가 빠졌다는 방향을 보니 움직임이 없는 검은 물체만 보였었다"고 기억했다.

정 순경은 항구 도시인 목포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지만 수영을 못한다. 대신 목포경찰서에 배치된 경찰차는 목포가 해안도시인만큼 구명조끼와 구명튜브가 비치돼 있다. 최근 링링, 타파, 미탁 등 태풍이 3차례나 불어닥친 탓에 경찰차 내 해양 구조장비가 강조된 덕이다.

정 순경은 구명조끼와 구명튜브만 믿고 A씨를 향해 헤엄쳐 나갔다. 경찰이 출동하는 사이 엉킨 밧줄을 푼 A씨의 친구도 구명튜브를 끼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정 순경은 수영을 잘 못 하는 탓에 뒤늦게 출발한 친구와 동시에 A씨 곁으로 도착했다. 정 순경과 함께 출동했던 동료는 소방서와 경찰서에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정 순경과 친구는 어둠 속에서 A씨를 간신히 붙잡아 뭍으로 끌어올렸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영을 못하는 정 순경도 구조과정에서 바닷물을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 순경은 하당지구대에 배치된 지 1년밖에 안 되는 신임 순경이지만 경찰서장 표창 바로 아래 단계인 '장려장'을 지난 8월과 9월 수상했다. 지난 8월은 옥상에서 투신하겠다는 자살 신고문자를 확인하고 자살 기도자를 구조했었다. 지난 9월은 현금 절도 용의자를 검거했었다.

하당지구대는 목포경찰서 관내에서 유일한 지구대로 번화가가 많은 시내권을 담당해 평소에도 주취자들 신고가 많다. 정 순경은 하당지구대에서도 주취자 등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찰로 손꼽힌다.

목포경찰서 전지혜 하당지구대장은 "정 순경은 하당지구대가 첫 부임지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열심히 나서는 경찰이다"며 "이번 구조도 정 순경이 수영을 잘 못 하지만 사람이 바다에 빠져 위험한 상황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뛰어들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순경은 어두운 바다에서 생명을 구해 관심이 쏠렸지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목포=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