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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건너 미리 들은 정보로 주식 투자해도 불공정거래 처벌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은 맡고 있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뉴시스]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은 맡고 있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뉴시스]

2년 전 일이다.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인 공영쇼핑 직원 7명은 중년 여성 건강기능식품으로 인기를 끈 '백수오궁'이 홈쇼핑에서 판매될 예정이라는 정보를 접했다. 이들은 백수오궁 제조사로 코스닥에 상장된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약 5억원어치 사들였다.

내츄럴엔도텍 주식 미리 사들여 #부당이득 얻은 8명에 과징금 부과

같은 시기, 공영쇼핑에 다른 제품을 납품하던 관계사 대표 A씨 역시 공영쇼핑 직원에게서 해당 정보를 전해들었다. A씨도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1만주 넘게 사들였다.

내츄럴엔도텍은 2015년 '가짜 백수오' 사태에 휘말린 회사 중 한 곳이다. 약 2년동안 백수오 제품을 내놓지 못했던 네츄럴엔도텍의 백수오궁 홈쇼핑 판매 재개 소식은 회사 주가를 띄울 호재로 작용할 게 분명했다.

내츄럴엔도텍은 2017년 7월 홈쇼핑을 통해 백수오궁을 판매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가는 한 달도 안 돼 두 배 이상 뛰었다. 호재를 미리 알고 주식을 사뒀던 공영쇼핑 직원들(2억9000만원)과 A씨(1억9000만원)는 총 4억8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실현했다.

2017년 공영홈쇼핑을 통해 론칭 방송을 진행하는 '백수오 궁'. 가짜 백수오 파동 후 홈쇼핑에 다시 등장한 것은 2년만이다. [사진 내츄럴엔도텍]

2017년 공영홈쇼핑을 통해 론칭 방송을 진행하는 '백수오 궁'. 가짜 백수오 파동 후 홈쇼핑에 다시 등장한 것은 2년만이다. [사진 내츄럴엔도텍]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지난달 25일 정례회의를 열고 공영홈쇼핑 직원들과 및 관계사 대표 A씨 등 8명에게 총 4억7990만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이들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정보를 생산하거나 알게 된 자는 정보를 (중략)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제 178조2 제1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해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상장법인 내부자가 아닌 사람이라도 직무와 관련해서 알게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한다면 이는 시장질서교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번에 제재를 받은 관계사 대표 A씨는 무려 3단계나 건너 정보를 제공받았지만 이 역시 제재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지난 9월말까지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관련 총 73개 안건을 심의했다. 이중 41개 안건을 검찰에 고발하거나 통보했다. 내츄럴엔도텍 주식과 관련한 사건의 경우 검찰은 '(관계자 간)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등 형사처벌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불기소했지만 증선위는 과징금 대상으로 판단해 제재키로 했다.

이와함께 증선위는 지난 3분기 전업투자자에 의한 시세조종 사건 총 5건을 적발하고 혐의자 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혐의자 6명은 상당기간 주식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전업투자자)이었으며, 가족 등 지인 명의의 복수 계좌를 동원해 다수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지속적으로 제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시세조종 전력이 있거나, 과도한 주문으로 인해 증권사에서 수탁거부 등을 당한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의 주문이 시장에 위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 수 있었다는 점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증선위는 적은 투자금액을 운용하는 개인투자자라도 지속적으로 다량의 시세조종성 주문을 고의적으로 제출해 주가나 거래량에 부당한 영향을 준다면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시세조종행위를 했으나 실제 시세에 변동이 발생하지 않았고 실질적 매매차익을 얻지 못했더라도 그 의도성만으로도 법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식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엄정하게 제재·조치함으로써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정보수집 및 위법행위 적발을 기반으로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의 새로운 유형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최근 불공정거래 행위의 동향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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