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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황경택 쌤과 자연이랑 놀자 20. 가을 나무

중앙일보

입력

20. 가을 나무
한 해의 끝 앞두고 마지막 단장하는 나뭇잎들

낮에는 아직 따듯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죠. 누가 뭐래도 가을은 가을입니다. 여러분은 가을이 왔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채나요? 단풍이 들어가는 잎을 보면서 느끼나요? 열매들이 익어가는 것을 보고 느끼나요?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느끼나요? 이불이 두꺼워져서 느끼나요? 저마다 가을이 왔음을 아는 것은 다를 것 같아요. 나무나 풀도 가을이 온 것을 알아챌까요? 아마도 알아채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곧 닥칠 추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니 미리미리 뭔가 준비합니다.

가을이 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여기저기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나뭇잎입니다. 풀잎도 물이 들긴 하는데 아무래도 체격이 작다 보니 우리 눈에 크게 띄지는 않지요. 나뭇잎이 단풍이 드는 것이 우리 기억 속에 더 강하게 남습니다. 단풍이 왜 드는지는 책이나 이 지면을 통해 몇 번 말하기도 해서 아마도 대략적인 이유는 알 겁니다. 온도가 내려가서 얼음이 얼 정도가 되면 잎도 얼게 되겠지요. 얼면 세포가 파괴되면서 그 자리로 세균이 들어올 수도 있어요.

벚나무

벚나무

겨울이 되어 땅이 얼면 뿌리로 땅속의 물을 빨아들이기도 힘들어져요. 광합성을 하면 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증산작용을 통해 물은 뿜어내고 뿌리는 물을 흡수하지 못하면 결국 나무가 말라죽겠지요? 이러한 이유들로 나무는 잎을 일부러 죽입니다. 잎 끝부분에는 ‘떨켜’라는 기관이 있는데 떨켜가 물과 양분이 오가는 통로를 막아 더 이상 못 가게 하죠. 이동이 어려워지면 잎은 서서히 죽게 되는데요. 죽어가면서 잎이 가진 카로티노이드·안토시아닌·탄닌 등의 색소의 종류와 양에 따라 초록이 사라지고 그 빛깔이 겉으로 드러납니다.

단풍은 화려하고 멋지지만 곧 죽어갈 잎의 모습이기도 해요.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잎은 죽더라도 작은 곤충들의 먹이가 되거나 거름이 되어 땅을 건강하게 합니다. 그러면 나무가 더 잘 자랄 수 있겠지요? 겨울을 준비하면서 잎을 떨어뜨리고 그 잎이 다시 숲을 건강하게 사용된다고 하니 멋지지 않나요. 이런 사실을 모르더라도 그냥 울긋불긋 다양한 단풍의 색깔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만 해도 좋습니다.

아마도 우리 인간은 오랜 시간 자연이 띠고 있는 여러 색깔을 보면서 색깔에 대한 미적 기준을 만들었을 겁니다. 단풍의 아름다움도 한몫했을 거예요.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면서 자연과 관련된 것들을 오감을 통해 느끼며 향기·맛·색깔이 모두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 들어왔을 거예요. 땅에 떨어진 단풍잎을 주우면서 '원시인들도 아름다움을 느꼈겠지?' 하고 그 아름다움을 함께 나눠보면 어떨까요? 나뭇잎을 만나며 오랜 선조들과의 만남을 가져보는 것도 근사하게 가을을 맞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단풍잎 그러데이션 -단풍잎을 차례로 놓으면서 그러데이션을 만들어 본다  
1. 단풍잎이 많은 곳에 나간다.
2. 빨간색 잎과 노란색 잎을 주워 간격을 떼고 놓는다.
3. 두 잎 사이에 다른 잎을 놓으면서 색깔이 차츰차츰 변하는 그러데이션을 만들어본다.
4. 완성되면 다른 색깔을 추가해서 원으로 색상환을 만들어 본다.

※같은 종류의 나뭇잎이 아니어도 되고, 나뭇잎이 아닌 자연물로 해도 좋다.
※워낙 차이가 나는 잎이 있다면 그 사이에 무엇을 놓을지 고민해 본다.
※나뭇잎 색상환을 완성한 후 내 옷이나 신발의 색깔과 비교해보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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