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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브라에 나의 꿈을 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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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공격헬기 'AH-1S'(일명 코브라)의 조종간을 잡고 있는 김효성 중위. [사진 육군항공학교]

대 전차용 토 미사일 8발, 20㎜ 발칸포 750발, 2.75인치 로켓탄 39발을 장착할 수 있는 육군의 주력 공격헬기 AH-1S 코브라. 전시에 지상 전투의 최선봉에 나서는 이 병기를 모는 최초의 여성 조종사가 탄생했다.

김효성(27) 중위는 21일 육군항공학교에서 열린 조종사 양성반 수료식에서 은빛 조종휘장을 받고 코브라 조종사 자격을 얻었다. 1981년 여성 헬기조종사가 처음 배출되긴 했지만 공격헬기 조종사로는 김 중위가 처음이다.

"여군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특별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서산여고와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김 중위는 2003년 자신의 소망대로 여군사관 48기로 임관한 뒤 야전에서 1년간 소대장으로 근무했다.

"조종복과 베레모에다 빨간 마후라를 두른 조종사들을 야전에서 만났는데 그렇게 멋있게 보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지원했는데 이왕 조종사를 할 거라면 사격도 하고 적과 싸우기도 하는 역할을 맡고 싶더군요."

코브라를 보는 순간 가슴이 설렜다는 그는 지난해 11월 육군항공학교에 입교해 기초.계기.전술비행 등 8개월간의 훈련을 마쳤다.

김 중위는 "일반 군인도 헬기 낙하 등은 하지만 직접 헬기를 몰고 구름 위를 나는 느낌은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자 축복"이라며 "최초의 여성 코브라 조종사가 아니라 최고의 코브라 조종사로 평가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고의 헬기 명사수에게 주어지는 '톱 헬리건(Top Helligan)'에도 도전해 볼 작정이다.

앞으로 김 중위는 항공작전사령부 소속 코브라 부대에 배치돼 전시에 적 기갑 및 기계화부대를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주.야간 전투사격술을 익히게 된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등으로 고조된 남북 긴장 상황과 관련해 그는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되겠지만 만약 실제 전투가 벌어진다면 선봉에 서는 첫 번째 코브라에 탑승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 이순숙(54)씨 역시 부사관 7기 출신으로 육군본부에서 7년가량 근무하다 중사로 전역한 여군 출신이다. 남편과 사별한 뒤 장녀인 김 중위를 비롯해 딸 셋을 홀로 키워온 이씨는 이날 수료식에 참석해 "나도 군 생활을 해봤지만 내 딸이 이렇게 당당하고 늠름한 조종사가 된 걸보니 그동안의 고생이 잊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힘든 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김 중위는 "매일 아침 남성 조종사들과 4~5㎞를 달리지만 전혀 뒤처지지 않는 등 어려움을 모르겠다"며 "단지 코브라 헬기 좌석이 다소 높아 키가 좀 커야할 것 같다"고 했다. 신장이 170㎝인 그는 아직 미혼이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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