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3분기 최악에도…반도체 빙하기 끝 보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SK하이닉스가 24일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은 4725억원으로 13분기 만에 최저치다. 세계적인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1년 전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매출도 6조83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나 줄었다. 원인은 세계 1위 삼성전자를 비롯해 메모리 반도체 업계 전체를 부진으로 몰아넣었던 D램 가격 탓이다.

영업익 4725억 13분기 만에 최저 #D램값 하락 멈춰 낸드는 반등세 #5G 확산, 데이터 서버 수요 급증 #주가는 하루새 3% 올라 8만원

하지만 반기 실적 기준으론 최악은 지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많다. 일단 가격 하락에 드디어 제동이 걸렸다. D램 가격(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3개월째 추가 하락 없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128Gb MLC 고정거래가격)은 7월부터 반등세다.

SK하이닉스 실적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SK하이닉스 실적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시장 전망은 조심스런 낙관론이 우세하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멈췄고 고객사들의 수요가 늘면서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대 D램 업체의 재고량이 상반기 10주치에서 3분기 들어 4주치까지 줄었다고 분석했다. 재고 4주치 분량 정도는 업계에서 정상적인 수준으로 여겨진다.

진짜 호재는 5G(세대) 이동통신이다. 올해 스마트폰을 통해 선보인 5G 기술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에 적용돼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IHS마킷은 “5G의 영향력이 정보기술(IT) 산업의 범위를 넘어 사회의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경제활동을 촉발하면서 반도체 수요를 확대시킬 것”이라며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올해보다 5.9% 늘어난 4480억 달러(약 536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건은 5G 확산 속도인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등 세계 정세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G 투자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지난 17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0년 5G 스마트폰의 비중이 10%대 중반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5G 스마트폰은 4G에 비해 D램 탑재량이 약 2기가바이트(GB) 더 늘어나게 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5G의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에도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살아나는 서버 수요도 반도체 기업들을 웃게 한다. 이미 구글과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 놓은 것도 이런 수요 덕에 하반기 들어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도 이날 “내년 초가 되면 올해 말 대비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메모리 재고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며 “시황 반전을 대비해 서버 고객들이 선 구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서버 고객 수요 정상화 시점은 내년 1분기 말이나 2분기로 본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시장은 올 4분기까지 재고를 소진하고, 내년부터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4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2300원(2.96%) 오른 8만원에 마감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D램 업체들의 재고는 내년 1분기 내에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고, D램 가격은 공급 부족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