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법개혁 서둘러야” 황교안 “다음 국회로 넘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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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를 발표한 14일 오후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를 발표한 14일 오후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이 여야 4당 합의 파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거제 개편안보다 사법개혁 법안을 먼저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전격 사퇴로 법안 처리 시점 등이 안갯속에 빠졌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개혁은 이제 가장 중요하고 화급한 국가 1호 과제가 됐다”면서 “국회에 상정된 사법개혁법안이 오는 29일부터는 본회의 상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했다.

이인영 “이르면 29일 본회의 상정” #야당 설득하려 선거제 대안 낼 듯 #‘연동형에 지역구 225석+α’ 거론

민주당과 한국당은 사법개혁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간 체계·자구 심사를 해야할 지를 놓고 국회법 해석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달 29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고, 한국당은 내년 1월 29일에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 의안과와 학계에 본회의 상정 일정에 대한 자문을 구한 상태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기존 합의를 뒤집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담은 사법개혁안은 선거제 개편 법안과 함께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당시 패스트트랙 지정에 동참한 4당은 본회의에서 선거제 개편안을 먼저 표결 처리한 뒤, 사법개혁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 원내대표가 합의 파기라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사법개혁안의 ‘이르면 29일’ 처리 언급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조 전 장관 거취에 대한 고민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은 이날 “조 장관의 명예 퇴진의 한 방법으로 (민주당이) 공수처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먼저 처리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사법개혁안을 빨리 처리하자는 건 국민의 열망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조 전 장관 사퇴는 오히려 검찰 개혁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라는 신호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법개혁안 우선 처리’가 순조롭진 않을 전망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공수처법은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 현재의 공수처법은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의 찬성표라도 얻어야 하는데, 쉽진 않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사법개혁 법안을 먼저 처리하겠다는 것은 오만한 작태”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사법개혁안 우선 처리는 절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도 “조 전 장관이 사퇴했는데, 민주당이 굳이 사법개혁안을 빨리 처리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했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함께한 야 3당 중 정의당만 민주당과 입장이 같다. 심상정 대표는 여당 제안에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민주당(128석)과 정의당(6석)의 찬성표만으론 본회의 통과(149석 이상)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대안신당을 설득하려고 본회의 통과가 가능한 선거제 개편안을 새로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심상정 의원의 선거제 개편안(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에서 지역구 의석 수는 늘려서 지역구 의원의 반발은 줄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는 유지하는 쪽으로 의석 수를 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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