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대원 785명 수용소 탈출…트럼프 “터키·쿠르드가 막아라” 유체이탈 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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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터키의 시리아 침공으로 발생한 혼란을 틈타 이슬람국가(IS) 대원 800여명이 탈출한 사태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오후(현지시간) 자신의 트윗을 통해 “터키와 쿠르드는 그들(IS)이 탈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터키의 쿠르드 공격 틈타 도주 #트럼프 “전투 개입 안한건 현명”

자신이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시리아 미군 철군’이라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쿠르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방관자가 얘기하듯 ‘유체이탈 화법’으로 대응한 것이다.

트럼프의 트윗에 앞서 이날 로이터통신 등은 IS 대원의 친인척을 억류 중인 시리아 북부 아인 이사(Ain Issa) 수용소에서 785명이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기 위한 터키군의 ‘평화의 샘’ 작전으로 지역이 혼돈 상황에 빠지자, 이 틈을 타 도주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잇따라 올린 트윗 글에서 “터키 국경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전투에 휘말리지 않는 것은 매우 똑똑한(smart) 일”이라며 자신의 미군 철수 결정을 자화자찬했다. 그러면서 “2년 전 이라크가 시리아 다른 지역 쿠르드족과 싸우려 했던 것을 기억하느냐. 많은 사람이 우리가 쿠르드와 함께 이라크와 싸워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아니다. 쿠르드족이 싸우도록 뒀다”며 “이번에 똑같은 일이 터키와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미군 철수에 대한 정당성 강조이자, 2015년 IS 격퇴를 목적으로 시리아 파병을 결정한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비판이다.

이어 그는 “쿠르드와 터키는 오랫동안 싸우고 있고, 터키는 PKK(쿠르드 노동자당)를 최악의 테러리스트로 여긴다”며 “다른 이들이 들어와 서로 싸우기를 원하면 그냥 두고 우리는 사태를 지켜볼 것. 끝없는 전쟁”이라고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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