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강경화와 생각 공유했지만 청와대는 인식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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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9월까지 일본의 외상으로 강경화 외교장관과 머리를 맞대온 고노 다로(河野太郞)방위상이 징용 문제 등 한·일관계와 관련해 “강 장관이나 한국 외교부와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청와대는 인식이 달랐다”고 말했다.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 인터뷰

그는 10일 발매된 월간 ‘문예춘추’인터뷰에서 “강 장관과는 휴대전화로 대화가 가능한 관계였다”며 “(대법원의 징용 판결이 나오기전)‘65년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이 양국 관계의 법적기반인데, 이를 뒤집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했고, 한국의 외교부도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 뒤(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도 강 장관과는 몇번이고 대화하며 65년 협정과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등 지금까지 양국의 기초위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했다”고 회고했다.

한국이 종료를 결정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에 대해 고노는 “(한국의 결정 직전)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때도 강 장관과 얘기했는데, 북한 정세가 긴박한 상황에서 한국 외교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이것은 다른 얘기’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강 장관 귀국 때 문재인 정권은 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했다”며 “청와대의 인식이 달랐던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외교부와 국방부는 대북 공조 등을 의식해 ‘지소미아는 징용이나 수출규제 등 다른 현안들과 연계해선 안된다’며 지소미아 유지를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다르게 판단했다는 주장이다.

고노는 “양국 정치가들이 입장 차이를 넘어 지혜를 짜낸 것이 65년 협정인만큼 이것을 바꾸는 것은 역사를 다시 쓰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국의 역대 정권처럼 문재인 정권도 (이를 존중하는)정치적 용기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발언은 저널리스트인 다자키 시로(田崎史郞)가 ‘포스트 아베’로 불리는 차기 총리 후보들 인터뷰에서 나왔다.

2015년 당시 외상으로 양국간 위안부합의에 서명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자민당 정조회장은 인터뷰에서 “청구권 협정 등 국제적인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한국 내엔 약 4만명의 일본인이 살고 있는 것도 현실인데, 한반도 유사시 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한국의 대응이 말도 안된다고 해서 ‘화가 나니 그냥 관계를 끊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후생노동상은 “나라는 이사를 갈 수 없는 만큼 한국은 영원한 이웃”이라며 “제대로 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며, 룰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전 자민당 간사장은 “일본 주장 관철을 위해서도 왜 한국이 저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양국 역사를 제대로 알고 나서 논의하지 않으면, 한국의 어떤 주장이 틀렸는지 국제사회가 판단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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