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1심 판결 논리적 비약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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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고법 형사5부(이상훈 부장판사)는 20일 삼성그룹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증여사건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허태학.박노빈씨 등 전.현직 사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1심 판결에 논리적 비약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선고공판에서 "특정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줄 의도가 있었던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이날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허씨와 박씨가 기존 주주가 실권할 것을 알고서 CB 발행 결의를 진행했어야 한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이런 내용이 없으니 (검찰이 직접) 입증하라"고 말했다. 또 "검찰은 두 피고인이 CB 발행 및 배정에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실권한 기존 주주들과 어떤 의사교환을 했는지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보강증거를 내라고 검찰에 명령했다.

이 부장판사는 "공소사실에는 배임 혐의의 객관적 행위에 대한 언급만 있고, 피고인들이 주관적으로 이를 인식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항소심(2심)은 1심 판결을 보완하는 재판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다시 정리해 이뤄지는 재판"이라고 밝혔다. 그는 "1심은 이 사건을 '주주 우선 배정'을 가장한 3자 배정이라고 인식했지만 그 판단이 맞는지는 따로 판단할 것이다. 형식적 재판을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음 재판은 8월 24일 오후 3시.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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