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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檢개혁, 수사 겨냥한 듯 "검사 파견 엄격 관리, 감찰 강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검찰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검찰 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54) 법무부 장관이 8일 법무부의 자체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조국 수사팀 파견 검사 거취 영향 우려 #10월 중 피의사실 공표금지 추진도 #법무부 "현재 수사엔 영향 주지 않을 것"

조 장관은 이날 발표한 검찰 개혁안에서 8일부터 시행할 즉시 과제로 ▶검사의 내·외 파견 최소화와 ▶검사 파견을 엄격히 관리하는 검사 파견 심의위원회 설치 ▶검사장 전용차량 폐지를 발표했다.

조 장관은 검사의 내·외부 파견을 최소화해 이를 형사·공판부에 배치할 것이라 밝혔다.

조국 "검찰 특수부 3개 남기고 폐지" 

조 장관은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신속 과제로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특수부 폐지 및 특수부 최소화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강화 ▶피의사실공표 금지를 골자로 한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의 신속한 확정 등을 선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특수부 축소의 경우 지난 1일 윤석열(59) 검찰총장이 발표한 개혁안을 법무부가 대폭 수용한 것이다. 다만 조 장관은 특수부의 명칭을 반부패로 변경하고 남은 특수부도 최소한만 남기는 방향의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것이라 밝혔다.

전임자인 박상기 전 장관 하에서 신설된 서울중앙지검 4차장 직제가 다시 사라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 장관은 "특수부 폐지의 경우 대검에서 제안한 내용에 각계각층의 의견을 더해 대검안을 추가적으로 보완하는 개혁안을 마련할 것"이라 말했다.

정경심 수사 논란된 영장청구·열람등사도 언급

조 장관이 이날 발표한 연내 추진 과제론 ▶법무부의 탈검찰화 확대 ▶대검 국가송무 업무의 법무부 환원 ▶피의자 열람·등사권 확대 보장 ▶반복적이고 광범위한 검찰의 영장청구 개선 ▶투명한 사건 배당 ▶변호사 전관예우 근절 ▶검사 이의제기 제도 실효성 확보 등이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국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국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연내 과제 중 검찰의 광범위한 영장청구 제한과 피의자 열람·등사권 확대는 검찰의 조 장관 일가 수사에서 여권이 강력하게 불만을 표출하거나 조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단이 변호 중 겪었던 어려움이기도 하다.

여권에선 조 장관 수사와 관련한 검찰의 광범위한 압수수색에 대해 먼지털이식 수사라 비판해왔다. 정 교수의 변호인단은 현재 정 교수 관련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 기소된 사문서위조 혐의 관련 사건 기록의 열람·등사를 하지 못한 상태다.

조 장관은 전날 법무·검찰개혁위가 권고한 검찰의 1차 감찰권 폐지 문제에 대해선 "법무부의 감찰 역량 개선이 필요한 과제"라며 "우선 2차 감찰권을 적극 행사하며 법무부 감찰관실의 개편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저녁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검찰 직원들이 압수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달 23일 저녁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검찰 직원들이 압수물품을 차량에 싣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날 조 장관은 즉시·신속·연내로 검찰 개혁 과제를 분류했지만 이날 발표한 개혁안은 사실상 모두 '즉시 과제'에 가깝다. 올해가 석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 장관 취임 한달만에 발표한 과제만 27개 

이런 상황에서 조 장관이 이날 발표한 검찰 개혁 과제만 총 27가지에 달한다. 법무부는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추가 권고안을 받아 검찰 과제를 계속해 내놓을 것이란 입장이다.

조 장관은 이날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며 "매일 매일 고통스럽고 힘들 때가 많지만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힘으로 견딜 수 있었다"며 "제가 감당할 것은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조 장관의 검찰 개혁에 대해 법조계와 검찰 내부에선 "대안 없이 검찰의 힘을 순식간에 빼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조 장관 수사에 대한 일종의 보복성 힘빼기 조치란 지적이다.

고검장 출신의 변호사는 "조 장관의 수사가 시작된 뒤 정부가 대안과 협의 없이 검찰의 팔·다리를 순식간에 잘라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조 장관 수사 뒤 검찰 팔·다리 잘려"

조 장관은 이날 개혁안을 발표하며 검찰과의 협의를 강조했지만 법무부와 검찰은 각자의 개혁안을 발표하며 서로에게 사실상 사전 통보만 하는 상황이다.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대검 검찰미래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변호사도 "직접수사 축소는 맞는 방향이지만 검찰이 하지 않는 수사에 대한 대안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조 장관의 검찰개혁 발표안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 장관이 8일부터, 또 10월 중 추진할 과제들이 현재 조 장관 일가를 수사 중인 서울 중앙지검 특수부를 겨냥한 개혁 과제처럼 해석됐기 때문이다.

조 장관이 당장 지금부터 시행하겠다는 '검사 파견 엄격 관리' 정책의 경우 조 장관 수사팀에 파견된 외부 검사들의 거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현재 조 장관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및 강력부 검사, 서울남부지검 합수단 검사, 지방검찰청 소속 형사부 검사 등 다수의 검사가 파견돼 수사에 투입됐다.

이들의 거취는 조 장관의 결정에 달려있다. 조 장관이 10월까진 수사에 방해를 준다는 오해를 피하려 법무부가 이들의 파견을 승인한다고 해도,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이들의 파견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이 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남·북·서부지검, 의정부·인천·수원·춘천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이 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남·북·서부지검, 의정부·인천·수원·춘천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수사 압력 논란에 "오해 없도록 할 것" 

조 장관이 10월 중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도 논란이 일 수 있다. 조 장관 수사를 10월 중에 마무리하라는 압력으로도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장관은 이날 개혁안 발표 뒤 질의응답에서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해선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당장 법무부의 시행령 등이 개정된 상황에서 적용 시점을 미룰지라도 수사팀이 움츠러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7일 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의 피의사실 공표 의혹 제기에 "이런 비판이 수사팀이 제대로 된 오보 대응도 못하게 하고 수사팀을 움츠러들게 하며 또 고심하게 한다"고 말했다.

박태인·윤상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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