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흑인노숙자 겨냥한 사진수집 논란…얼굴인식 연구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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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건물에 부착된 구글 로고.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건물에 부착된 구글 로고. [AP=연합뉴스]

인종적 편견이 적은 얼굴인식 기술을 개발 중인 구글이 연구 윤리 논란에 휩싸였다. 구글의 계약업체가 피부색이 짙은 사람들의 사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흑인 노숙자들의 사진을 수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일간 뉴욕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구글이 얼굴인식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했다고 밝혔다.

구글의 조치는 최근 뉴욕 데일리뉴스가 구글 계약업체의 연구 진행 과정을 폭로하면서 내려졌다. 이 매체는 구글과 계약한 인력 제공업체 랜드스태드가 인종 편견이 적은 얼굴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흑인 노숙자 위주로 사진을 수집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랜드스태드는 계약업자들에게 흑인을 포함해 피부색이 짙은 사람들의 사진을 더 많이 확보하라며 흑인노숙자나 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하라고 주문했다. 흑인노숙자 등은 보상에 취약해 5달러짜리 기프트 카드를 주면 자발적으로 설문조사에 참여할 것이고, 관련 내용을 언론에 인터뷰할 가능성도 적다는 얘기를 했다고 계약업자들은 말했다.

보도가 나오자 구글은 앞으로 출시할 스마트폰 '픽셀4'에 탑재할 얼굴인식 기술 연구를 벌여왔다며 연구 내용을 설명했다. 구글에 따르면 이 기술은 사용자 얼굴 인식을 통해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을 한다. 구글은 이 기술이 얼굴을 인식할 때 인종적 편견을 덜 갖도록 하기 위해 연구를 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다양한 피부색과 다양한 얼굴 형태에서 두루 잘 작동하는 공정하고 확실한 기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또 계약업체는 공공 데이터에 내재한 알고리즘이 대부분 백인을 위주로 되어 있다는 편향성을 상쇄하기 위해 짙은 피부의 사람들 사진을 구하려 노력했던 것이라는 해명했다.

구글은 보도된 사안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얼굴인식 기술 연구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도가 나온 뒤 구글은 연구 윤리 등 논란에 휩싸였다. 애틀랜타시의 시 변호사 구글에 설명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분란은 정보기술(IT) 기업의 얼굴인식 기술 개발에 대한 최신 조사 사례"라며 이 기술을 둘러싸고 정부나 범죄자에 의한 악용 가능성이나 검은 피부의 사람들에 대한 편견 등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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