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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길 “미국 준비 안 되면 어떤 끔찍한 사변 차려질지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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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미 실무협상의 북한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7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대사는 낮 12시 평양행 고려항공 편으로 귀국했다. [연합뉴스]

북·미 실무협상의 북한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7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대사는 낮 12시 평양행 고려항공 편으로 귀국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결렬로 끝난 지난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비핵화 실무 협상에서 대북 제재 해제의 수위를 대폭 상향해 요구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협상 결렬 뒤 미국이 북한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위협하는 사례로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 이후에만도 미국은 15차례에 걸쳐 제재 조치를 발동했다”고 거론했다. 지난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제재 해제에 더는 집착하지 않겠다”고 한 뒤 제재와 관련한 요구를 자제해온 북한이 6개월 만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2주 뒤 회담 재개하냐 질문엔 #“100일 동안 셈법 없었는데 되겠나” #하노이선 유엔제재 5건 해제 요구 #이번엔 미국 독자제재 15개 추가 #트럼프 재량으로 완화 노린 듯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북한은 대북 제재 5건을 해제 대상으로 지목했다. 당시 회담 결렬 직후 이용호 북한 외무상 등은 “우리 요구는 전면적 제재 해제가 아니라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고 한 것”이라고 공개했다.

그런데 김 대사는 이번에 미국 독자 제재 15건으로 요구 대상을 확장했다. 기존 요구를 철회할 리 없는 만큼 ‘유엔 제재 5건+미국 독자 제재 15건’으로 해제 대상 목표를 늘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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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 독자 제재를 꺼낸 건, 그 ‘위력’ 때문이다. 미국 독자 제재 대상이 되면 미 금융기관과 거래를 할 수 없고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된다. 달러화 거래 자체가 막힌다는 뜻이다. 또 제3국의 단체·개인이 제재 대상인 북한 단체·개인과 거래하면 그 자체로 제재(세컨더리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의 독자 제재로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 남북 경협이 지연되는 데 대한 불만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 합의로 추가 결의를 채택해야 해제가 가능한 유엔 제재와 달리, 미국 독자 제재는 미 국내절차로 완화 및 유예가 가능하다. 대통령의 재량권이 인정되는 내용도 상당수다. 그래서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량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노려 독자 제재를 꺼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김명길 대사는 7일 오전 귀국길 경유지인 베이징 공항에서 “2주 후 회담을 다시 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판문점 수뇌상봉 후 백일이 되도록 아무런 셈법도 만들지 못했는데 두 주일 동안 만들어낼 것 같으냐”며 “미국이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 두고 보자”라고 했다. 또 이번 회담에 대해선 “역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역스럽다’는 ‘역겹다’란 뜻의 북한말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유지혜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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