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전면 허용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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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에게 세무대리를 전면 허용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9월2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기획재정부에서 개정안을 발표한 것인데, 요지는 2004년-2017년까지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변호사가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면 세무대리업무 일체를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되면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1만8000여명의 변호사들에게 세무대리 시장을 내주는 상황이 된다.

한국세무사고시회 곽장미 회장은 "세무업무는 정확한 세액을 산출해야 하는 조세의 특성상 회계와 세법 두 분야의 지식이 모두 뒷받침이 되었을 때 비로소 수행할 수 있는 것"이라며 "변호사 시험과 사법고시 응시자 중 대다수가 조세법을 선택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2년 1회 로스쿨 변호사 시험부터 2018년까지 17,778명의 응시자 중 조세법을 선택한 인원은 395명(2.2%)에 불과하고 이 중 조세법 시험 합격자는 277명에 불과하다. 그 이전인 사법고시 시절에는 전체 응시자의 1%도 안되는 인원만 조세법 시험을 선택하였다.

이어 "변호사와 달리 세무사는 회계학과 세법에 대한 높은 수준의 세무사자격시험을 통과해 취득한 전문 자격증인데 사법시험에는 회계학이 없다"면서 회계학에 대한 검증이 안된 변호사에게 세무업무를 맡기게 되면 사무장고용으로 인한 부실기장, 탈세조장 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무사 시험의 경우 재무/원가회계 세무회계, 세법학 시험을 통과해야만 자격을 부여하고 있으며, 세무회계의 경우 지난 5년간 평균 과락률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

이는 세무대리라는 업무에 있어서 회계학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회계학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변호사에게 단순하게 교육을 이수한 것만으로 세무대리 업무를 하게 하는 것은 변호사만능주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세무사들은 변호사들에게 세무와 회계 능력이 수반되는 세무조정과 기장대행, 성실신고확인 등을 허용하는 것은 납세자들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으며 공익적인 관점에서도 역행하는 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현실적으로 변호사들이 무자격자인 사무장을 영입하여 세무업무를 대리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등 불법적인 형태의 세무업무를 준비한다는 상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기재부가 정부입법안을 발표한 후 한국세무사고시회(회장: 곽장미)는 지난 9월24일 서울역광장에서 8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세무사법 개악안의 강력한 철회를 주장하였고, 다음의 사항들이 반드시 후행 되어야 할 것을 피력했다.

첫째, 변호사에게 허용되는 세무대리업무는 법률사무로 한정하되 회계 및 세법에 대한 공신력있는 기관의 수준 높은 평가를 거쳐야 할 것이며, 그 업무의 수행은 세무사가 아닌 변호사 명칭으로만 수행하여야 한다.

둘째, 실무능력의 검증을 위해 충분한 실무수습기간을 거친 후에는 세무사 2차시험 정도의 평가시험을 반드시 치뤄야 한다.

셋째, 변호사로서 수행하는 세무대리업무에 대한 징계 및 처벌은 세무사법에 따라 엄격히 이행되어야 한다.

또한 세무사고시회는 이에 그치지 않고 국무회의를 통과한 세무사법개정안 철회를 위한 국회 및 법무부 앞 1인 시위와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반대서명서의 국회제출 및 국회토론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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