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행보에 나선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대표)이 6일 “이대로는 도저히 희망이 없다. 우리가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자는 차원에서 비상행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이하 변혁) 청년들과의 대화’에서 “백지 상태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정하고자 오늘 여러분을 모시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변혁은 유승민계·안철수계 비당권파 의원 15명(유승민·정병국·이혜훈·오신환·하태경·권은희·유의동·정운천·지상욱·이태규·김수민·이동섭·김중로·신용현·김삼화)이 만든 모임이다.
간담회에는 전·현직 지역위원장 80여명이 참석해 2시간 넘게 변혁의 향후 행보를 비공개로 토론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창당’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그동안 바른미래당을 지켜보면서 여러분이 느꼈던 답답함과 앞으로 우리당이 어떤 길을 같으면 좋겠는지 여러분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해달라”며 “늦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빠르다는 말이 있듯이 오늘 소중한 의견을 제 마음속에 하나하나 새기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전 의원과의 비당권파 세력 규합 시도에 대해 “안 전 의원도 같이 뜻을 해주기를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국민의당 출신 비례대표 의원들을 통해 수개월간 간접적으로 대화했지만, 이제 제가 직접 연락하고 의사를 묻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또 비공개 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과 통합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제게 모욕이다. 지역위원장 여러분을 제가 속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굉장히 비장한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왔다”며 “우리당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에 모두 다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으로 통합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을 때 그 어떤 정당보다 젊은 당이었으면 좋겠다. 정책정당이 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그 어떤 정당보다 정의로운 정당이 됐으면 한다는 3가지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돌이켜 보면 어느 것도 제대로 된 게 없는 아쉬움이 큰 상황”이라며 “유 대표 말처럼 더는 기다릴 수만은 없다. 우리가 행동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하태경 의원은 “손학규 대표는 어정쩡해 상대하고 싶지도 않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손 대표는) 여당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조국 자리에 자기가 들어가 2인자가 되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혁 측 김철근 대변인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80여명 중 33명이 발언했다”며 “신당 창당 의견이 상당히 많았다. 정당을 만드는 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있다면 하드웨어 준비는 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안 전 의원은 의원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구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면서 정치 재개가 임박했다는 항간의 관측을 일축했다. 이날 안 전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10월 1일부터는 독일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 법대의 ‘법, 과학과 기술 프로그램’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안 전 의원은 오는 9일 출간되는 자신의 새 저서와 관련해선 “독일을 떠나면서 그동안의 삶에 대해 정리하는 의미로 쓴 것”이라고 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