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센 태풍 '하기비스' 韓 할퀴나···60년 기록 깨질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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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으로 본 태풍 하기비스의 모습. [기상청]

위성으로 본 태풍 하기비스의 모습. [기상청]

제19호 태풍 ‘하기비스(Hagibis)’가 6일 발생해 한반도로 접근하고 있다. 하기비스는 올해 발생한 태풍 중에서 가장 강력한 태풍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하기비스는 이날 오전 3시쯤 태평양 괌 동쪽 1450㎞ 부근 해상에서 발생했다. 하기비스는 필리핀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빠름'을 의미한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태풍은 괌 동쪽 약 105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6㎞로 서쪽으로 이동 중이다. 중심기압 990헥토파스칼(hPa), 중심 부근 풍속은 초속 24m(시속 86㎞), 강풍반경은 200㎞인 소형급 태풍이지만 빠르게 세력을 키우고 있다.

“올해 들어 가장 강하고 규모 큰 태풍 가능성”

태풍 하기비스 예상 진로. [기상청]

태풍 하기비스 예상 진로. [기상청]

태풍은 서진과 북서진을 계속하면서 오는 11일 오후에는 일본 오키나와 동남동쪽 410㎞ 부근 해상까지 진출할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이 무렵이 되면 태풍의 중심 기압은 925hPa, 중심 부근 풍속은 초속 51m(시속 184㎞), 강풍 반경 430㎞의 매우 강한, 중형 태풍으로 발달할 전망이다.

태풍은 이후 주 후반에 일본 오키나와 부근까지 진출한 뒤,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규슈 방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해수면 온도가 29~30도로 높고, 상하층 간에 바람 차이가 없는 등 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조건을 갖춘 해역을 오랫동안 통과하면서 태풍이 매우 강하고 빠르게 발달하겠다”며 “올해 들어 발생한 태풍 중에서 가장 강하고 규모도 가장 크게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 향할 가능성 크지만, 국내 영향 줄 수도 

6일 오전 촬영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 11일까지 수온이 높은 바다를 지나며 태풍의 세력이 점차 커질 망이다. [사진 미 해양대기국(NOAA)]

6일 오전 촬영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 11일까지 수온이 높은 바다를 지나며 태풍의 세력이 점차 커질 망이다. [사진 미 해양대기국(NOAA)]

아직은 발달 초기인 만큼 태풍의 진로에 대해 불확실성이 큰 편이다.

태풍이 규슈 부근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크게 틀어 일본 열도를 따라 동진할 수도 있고, 북상을 계속해 13일 이후 한반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기상청은 현재로써는 태풍이 일본 열도로 향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태풍의 규모로 봐서 남부나 제주 등 일부 지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윤 통보관은 “아직은 한반도에서 위치가 매우 멀고, 북태평양고기압과 찬 대륙고기압 등 주변 기압계의 큰 변화로 진로의 불확실성이 커 태풍 하기비스가 한반도에 영향을 줄지는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상륙 안 해도 역대 태풍 기록 깰 수 있어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편,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현재까지 모두 7개로 기상 관측 이래 1959년과 함께 가장 많다.

태풍 하기비스가 추가로 한반도에 영향을 주면 올해는 한반도가 태풍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해로 기록된다.

지금까지 가장 늦은 시기에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1998년 10월 16~18일에 온 태풍 '제브'다.

기상청은 직접 상륙하지 않더라도 한반도 주변에서 이동하면서 한반도 해상과 육상 중에 태풍 특보가 발표되면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으로 분류한다.

올해 많은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것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는 해석도 있다. 가을에는 바닷물 온도가 떨어져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오기 쉽지 않은 데 올해에는 9월에만 태풍이 세 차례나 국내에 영향을 줬다.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인 문일주 교수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동중국해를 거쳐 오는 데, 동중국해로 진입하는 태풍 숫자가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인다”며 “한반도 주변의 고기압 패턴과 순환시스템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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