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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명길 스톡홀름행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실무협상 낙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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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명길 북한 순회대사가 3일 오후 베이징에서 스톡홀롬행 중국 국제항공 CA911편을 탑승하기 위해 출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신경진 기자

김명길 북한 순회대사가 3일 오후 베이징에서 스톡홀롬행 중국 국제항공 CA911편을 탑승하기 위해 출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신경진 기자

4~5일 스웨덴 모처에서 북·미 실무협상이 개최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이 ‘본 게임’에 들어선다. 정상급 만남을 제외하고 북·미가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을 위해 마주 앉는 것은 2월 말 하노이 회담 이후 220여 일 만이다.

오늘 예비접촉 내일 실무협상 #비핵화 개념 정의가 첫 단추

신임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등 북한 대표단은  3일 오전 고려항공 JS251 편으로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 이날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향했다. 김 대사는 공항에서 북·미 회담 전망을 묻는 중앙일보의 질문에 “이제 조·미(북·미) 실무 협상하러 갑니다. 미국 측에서 새로운 신호가 있었으므로 큰 기대와 낙관을 가지고 갑니다”고 말했다.

북측 대표단은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국장을 차석 대표로 정남혁 미국연구소 연구사 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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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측 협상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2일(현지시간)까지 워싱턴 현지 일정을 마치고 스웨덴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스톡홀름 인근으로 추정되는 협상장을 극비에 부치고, ‘예비접촉(4일)-실무협상(5일)’이라는 일정표를 정하는 등 이번 북·미 협상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도 팽팽하다. 어느 쪽이든 예비접촉에서 간을 본 뒤 본 협상 판을 깰 수도 있다.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실무협상의 기본이자 핵심은 비핵화에 대한 개념 정의다. 한 소식통은 “‘핵 동결-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디테일은 그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해온 비핵화의 최종 상태(end state)와도 연결된다. ‘끝점’을 알아야 시작점을 포함한 로드맵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이 이 부분을 명확히 해준다면 로드맵 안에서 유연한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미 당국은 9월 한 달간 북한의 담화 및 매체 기사를 분석해 왔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9월 9일)부터 조선신보 기사(12일)-외무성 미국 국장 담화(16일)-김명길 대사 담화(20일)-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27일) 등이다.

이 중 조선신보의 9월 12일자 ‘실무협상의 대전제’ 기사에서 북한은 “조·미(북·미) 수뇌분들이 수표하신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명기된 것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다”며 “비핵화 대화의 주된 의제는 미국의 핵전쟁 위협의 제거, 조선을 핵 개발로 떠밀었던 근본 원인을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핵 위협을 없앤 후에라야 북한의 비핵화 논의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북한의 하노이 요구사항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5건의 해제보다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북한이 거듭 강조하고 있는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은 전문과 4개 조항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에 안전 보장을 약속하고, 김 위원장은 한반도(Korean Peninsula)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재차 확인한다”고 규정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한·미는 ‘북한 비핵화’의 의미이자 1992년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른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다. ‘남과 북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사용 등을 하지 않고 비핵화를 검증·사찰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북한은 2016년 7월 주한미군 철수 등 5대 조건을 담은 조선반도 비핵화 개념을 제시했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6·12 싱가포르 합의문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미를 명확히 하지 않았고, 언젠가 빚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청구서’를 따져볼 순간이 왔다는 의미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서울=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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