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가 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2일 오전 조선 동해 원산만 수역에서 새형(신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전날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가 성공적이었음을 대외에 알린 것이다.
北노동신문 “북극성-3형 시험발사 성공적” #이병철·김정식·전일호 등 ‘미사일 4인방’ 눈길 #트럼프 자극 피했지만 추가 도발 예고편 관측도
노동신문은 1면 전체에 ‘자위적 국방력 강화의 일대 사변’이란 제목의 기사와 함께 관련 사진 11장을 게재했다. 시선을 끈 건 북극성-3형 시험발사 현장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보이지 않은 점이었다. 김 위원장은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어진 10차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땐 빠짐없이 발사 현장에 나왔다. 북한 스스로 ‘일대 사변’이라고 치켜세울 만큼 신형 SLBM 발사는 여느 무기 시험보다 중요한데도 김 위원장이 직접 참관하지 않은 건 이례적이다.
지난 1일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알리고 13시간 만에 미국에 위협적인 SLBM을 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수위조절을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이례적 참관 불참…北 ‘미사일 4인방’만 나와
김 위원장이 빠진 시험발사 현장에는 북한의 ‘미사일 4인방’이 자리했다. 신문에 실린 사진엔 이병철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김정식 부부장, 전일호, 장창하 등 국방과학원 소속 간부들이 북극성-3형 발사를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 4명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핵심 인사들로, 이 중 이병철·김정식은 2017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발사로 같은 해 말 미 재무부의 단독제재 대상에 올랐다. 전일호는 2017년 11월 화성-15형 발사 때 김 위원장과 맞담배를 피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확인되며 강력한 입지를 과시했다. 그는 올해 들어 김 위원장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현지지도에 대부분 수행했고, 지난 8월 상장(우리의 중장)으로 승진했다. 신문은 이들 간부들이 성공적인 시험발사 결과를 당에 보고했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시험발사에 참여한 국방과학연구단위들에 뜨겁고 열렬한 축하를 보냈다”고 전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 분석관은 “시험발사 현장에 지휘소를 설치한 점을 봐선 김 위원장 참관에 맞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위원장이 참관하려 했다가 계획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 불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 일은 자제하면서 협상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도”라며 “하지만 핵·미사일 고도화에 나설 수 있단 점을 내비쳐 기회냐, 위기냐의 선택은 미국에 달려있음을 노골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잠수함 발사 안 한 듯…‘추가 도발 예고편’ 관측도
김 위원장이 참관하지 않은 걸 두고 SLBM 추가 도발을 예고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문이 공개한 한 사진에서 북극성-3형이 수중 발사될 때 바로 옆에 선박이 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수중 발사대가 설치된 바지선을 끌고 온 견인선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북극성-3형이 잠수함 직접 발사가 아니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이 역시 미국에 위협 수위를 낮추는 조치로 읽힌다.
하지만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과거 북극성-1형도 바지선 수중 발사 후 잠수함 발사로 이어졌다”며 “이번 발사도 초기 개발단계여서 김 위원장이 불참했을 뿐 향후 잠수함 발사가 이뤄질 때 김 위원장이 참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미 비핵화 협상 결과에 따라 김 위원장이 참관하는 SLBM 추가 도발에 나설 수도 있고, 이와 별개로 계획된 무기현대화를 진행하겠다는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